[사설]대통령은 고문에 대해 사과하라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검찰이 자행한 고문치사와 물고문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민에게 단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평소 ‘한국은 인권선진국’이라고 강조하던 그였기에 이런 모습은 기이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김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고문치사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검찰이 저지른 야만적 국가폭력에 대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반성은 아니었다. “통탄하는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놀라움과 비탄을 금할 수가 없다”는 말로 사안의 심각성을 표현하기는 했으나 이는 인간적인 소회에 불과할 뿐이다. 독재정권 시대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고문치사와 물고문 앞에 어느 국민인들 그 정도의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임기 초 검찰 간부들에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했다는 사례까지 들어가며 검찰의 반성을 촉구하기는 했으나 정작 자신은 반성하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8일 청와대측이 며칠 전 언급을 되풀이한 것으로 미루어 김 대통령의 자세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은 정부수반이다. 따라서 검찰의 잘못은 남의 탓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김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경질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국가기관이 국민을 고문해서 죽였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져 나라 전체가 망신을 당했는데 대통령이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있나.

김 대통령은 정부 내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 식으로 밑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만 물었다. 국민은 더 이상 그런 식의 화법에 현혹되지 않는다. 김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책해야 한다. 또한 다른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유린 사례가 더 있는지 총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기관의 고문이 사라질 것이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누구보다 먼저 대통령의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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