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 對北정책]한반도 전문가 특별대담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08분


《미국 공화당의 승리로 끝난 5일 중간선거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7일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이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와 윌리엄 테일러 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간의 특별 대담을 통해 이를 진단했다. 사회는 본사 해외 칼럼니스트인 피터 벡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 국장이 맡았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예상되는데….

▽테일러〓공화당이 의회를 통제(control)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느 당도 일방적으로 의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대북정책은 약간 변할 수도 있으나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선거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

▽스타인버그〓동감이다. 그러나 백악관의 영향력은 더욱 현저해질 것이다. 선거결과 중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한국에 관심이 있고 온건파인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이 상원 외교위원장이 된다는 점이다. 이 밖의 상황은 우려된다. 부시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하려 할 텐데 이는 미국과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라크 다음엔 북한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스타인버그〓미국은 전쟁 발발시 한국이 입게 될 피해 때문에 대북 군사작전을 고려할 수 없다. 일본 중국 등도 이에 반대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는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

▽테일러〓대북 군사작전에 따르는 위험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한미연합군은 북한에 승리할 수 있지만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기 전에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스타인버그〓‘협상’이든 ‘대화’든 표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미국은 북한과 마주 앉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테일러〓나는 대북 지원을 일시 중단(suspend)하되 종료(terminate)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본다. 제네바 합의 이행과 대북 중유제공을 중단하고 한국 일본에도 이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열어놓아야 한다. 직접 대화를 원치 않을 땐 남북대화 및 북-일 대화를 통해 간접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스타인버그〓북한에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북한이 제기한 안보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선제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북한을 안심시키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입장을 약간만 조정하면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테일러〓북한 핵개발에 관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인내하는 외교는 어렵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엔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식이다.

-대북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테일러〓북한에 대해선 필수적인 식량을 제외하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제공치 말아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당근’으로서 유효할 수 있다. 반면 중유제공, 개성공단 건설, 남북 철도연결 등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일종의 ‘채찍’이라 할 수 있다.

▽스타인버그〓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정책은 한국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미국의 이익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는 빨리 가려 하고 미국은 늦추려 하지만 이는 서로 협의할 수 있는 현안이다.

-한국의 차기 정권 아래서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간 이견이 좁혀질까.

▽스타인버그〓간격을 좁힐 수는 있겠지만 한미간에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다. 미국은 국제적 관점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우려한다. 동북아에서도 일본에 먼저 초점을 두고 그 다음이 한반도이다. 반면 한국은 한반도, 동북아, 전 세계 순으로 생각한다. 양국의 국익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만 일치할 수는 없다. 이런 차이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나 상호 신뢰 위에서 협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테일러〓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북 포용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

-미국이 일방주의라는 비판을 듣지 않고 한일과 대북정책을 공조할 수 있나.

▽스타인버그〓부시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일방주의, 선제공격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방주의는 단기적으론 다른 국가들의 제한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 오래갈 수 없다.

▽테일러〓부시 행정부 당초 이라크 문제에 대한 의회의 결의안이 필요 없다고 하다가 태도를 바꿔 의회의 협조를 얻었다.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들고 유엔에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일방주의를 피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미 불가침협정이나 평화협정에 대해선….

▽스타인버그〓핵 없는 한반도에 관해 남북한이 서명하고 이 과정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관여할 경우엔 북한과의 불가침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상태에서 북-미 양자간의 불가침협정 체결은 있을 수 없다.

정리〓한기흥 워싱턴특파원 eligius@donga.com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미 하버드대·다트머스대,

영국 런던대

△맨스필드 태평양문제센터 소장

△미 국제개발처(AID) 아시아 및 중동기술지원과장

△아시아재단 서울 사무소장

△조지타운대 한국학 교수

△저서 ‘한국:경제 변혁과

사회 변화’

▼윌리엄 테일러▼

△미 아메리칸대

△주한 미군 근무

△미 육군사관학교 국가안보

연구 담당

△미 국립 전쟁대 연구교수

△미 외교협의회 회원

△저서 ‘한국 1991:평화로 이르는 길’

‘위기관리:한미 안보관계’

‘한미 안보관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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