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명 의결정족수 미달속 무더기 법안可決 현장

  • 입력 2002년 11월 8일 23시 41분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과 70개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한 뒤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과 70개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한 뒤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
8일 오후 3시반경 국회 본회의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석이 텅 비다시피 한 상태에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법안 가결을 알리는 방망이를 연방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법 109조는 법안 의결과 관련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원들을 한 명씩 헤아려본 결과 전체 272명 중 의결정족수인 137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80여명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김태식(金台植) 부의장이 의사봉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 부의장은 ‘위법사항’을 오후 4시50분경에야 깨닫고 회의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날 처리된 99건의 안건 중 25번째인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견연장동의안’부터 68번째인 ‘지역신용부증재단법 개정안’까지 44개의 안건은 의원 수가 100명을 넘기지 못한 가운데 의결된 것이다.

오후 5시13분 속개 후 ‘산지관리법안’을 전자투표로 표결한 결과 144명이 출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 상태에서 처리돼 그나마 무효 논란을 면했다.

국회가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확인한 결과, 7일에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산회하기 전까지 수십건의 법안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통과된 사실이 드러났다.

7일 본회의가 파행한 데 대해 각 당은 성실한 출석을 다짐하며 반성하는 빛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당시 본회의장 안에는 100명 정도밖에 없었지만 바깥 복도 등에 상당수 의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할 경우 법적 문제는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당시 본회의장 밖 복도 등에서 눈에 띈 의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총무의 해명은 ‘본회의장 내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한 셈이다.

한편 7, 8일 본회의 시간대에 열린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7일 오후 5시) 이완구(李完九·8일 4시) 의원, 민주당 김희선(金希宣·7일 4시) 김방림(金芳林·8일 4시) 박상규(朴尙奎·8일 5시) 의원의 후원회에 각각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참석해 의결정족수 미달의 원인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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