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김정일에 전달한 문건?전문가 '우라늄核 언급' 배제못해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5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문건’의 전달 시점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23일 대선후보들과의 ‘6자회동’에서 밝힌 내용은 “대량살상무기(WMD)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문장으로 만들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것. 김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귀국 보고회에서도 “(김 국방위원장과) 핵 미사일 얘기도 했고 주한미군 문제와 국가보안법 문제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건’을 전달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다.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북한의 플루토늄 핵개발 활동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과거 핵’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성은 높지 않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전달했다는 ‘문건’은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새로운 핵개발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제네바 합의’의 근저를 흔드는 것이 된다. 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함구한 채 대북 햇볕정책에만 집착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인지(認知)한 시점이 99년이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만약 김 대통령이 전한 문건이 ‘고농축우라늄’에 관한 것이라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23일 국회 답변에서 “99년의 농축우라늄 첩보는 말 그대로 첩보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도 24일 국회 정보위에서 “올 8월에야 보고를 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것은 ‘99년 초’라고 밝혔다. 99년 5월까지 국방장관은 천용택(千容宅) 민주당 의원이었고 천 의원은 국방장관에서 곧바로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임 국정원장은 이종찬(李鍾贊)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다.

이 고문은 “당시 북한의 여러 정보 소스를 분석해 뭔가 징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 이를 미국측에 통보한 기억은 난다”며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보고 여부는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임 국정원장인 천 의원은 “(핵 첩보는) 첩보 수준이라고 해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으면 즉각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나 나는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99년 초’라는 것이 국정원장이 교대를 한 5월의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두 전직 국정원장 중 1명은 ‘해야 할 보고’를 안 했거나 하고서도 기억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건의 내용은 북한이 98년 8월 일본열도를 넘어가는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했고 99년 5월 금창리 핵의혹 시설 사찰을 거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불량국가(rogue state)’ 낙인이 찍혔다는 점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우려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윤승모기자ysmo@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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