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 4가지 시나리오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09분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동아시아전문 연구소인 미국의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는 5,6월 두 차례 십수명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초청,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 향후 10년간 한반도의 예상 진로를 4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한 바 있다.

이 연구소의 티모시 새비지 연구원은 최근의 북핵 위기까지 포함시킨 시나리오 개정판을 23일(현지시간) 연구소 웹사이트(www.nautilus.org)에 발표했다.

1.'정체(Gridlock)'=북한과 미국 모두 협상 의지가 없어 북한의 핵동결 협정인 제네바합의가 파기되고 북한은 밀봉돼 있는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 농축우라늄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다.

일본과 한국도 연이어 핵 무장을 추진한다. 핵비확산조약(NPT)이 붕괴되고 동북아에서는 핵무기로 가득 찬 '신(新) 냉전'이 시작된다.

2.'위대한 지도자 3(Great Leader Ⅲ)'=제네바합의를 놓고 미국은 파기를, 한국은 지속을 원한다. 평양에 대해 워싱턴은 호전적, 서울은 포용적 정책을 추진, 한미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이로 인해 미국은 동북아에서 점점 멀어지고 한국은 중국과 북한에 가까이 다가간다. 한국은 벌써 경제에서는 북한과의 철도 재연결을 통해 대륙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한국민의 반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포용정책 비판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겠지만 대통령선거 결과가 많은 것을 좌우할 것이다.

야당지도자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지만 지지율을 35% 위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어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연대할 경우 여전히 취약하다. ('위대한 지도자 3'라는 명칭을 쓴 것은 북한에 김일성(金日成) 김정일(金正日)에 이어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서는 상황을 상정했기 때문)

3.'불사조(Phoenix)'=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 제네바합의가 파기된다. 중국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핵 공갈로 지역안정이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베이징의 제4세대 젊은 지도자들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북(對北) 봉쇄정책에 가담한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북한의 내부 붕괴를 초래, 한국과의 독일식 통일로 이르게 된다.

4.'무지개(Rainbow)'=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 평양에서 나오는 입장들이 신뢰할 만하다면 이 시나리오가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워싱턴과 평양이 각각 대북 적대정책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바로 이 시나리오대로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양보는 나쁜 행동을 보상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진지한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당장이라도 허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미국이 포용정책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북한은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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