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美 ‘對北경제봉쇄’ 주변국 설득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45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발표가 나온 후 19일까지 나흘이 지나도록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침묵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에 대해 조용한 외교적 접근법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라고 미 행정부 관리들이 말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침묵과 달리 미 국무부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존 볼턴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연쇄 순방했으며 다음주에는 모스크바와 런던, 파리를 순방할 예정.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한 후 12일 동안 보안을 지키면서 동맹국과 관련당사국들과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했지만 아직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백악관의 전략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어떻게 북한을 압박하느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game plan)’이 없는 상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 하나는 대화를 통한 일괄적인 타결. 다른 하나는 경제적 봉쇄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국제사회에 재진입을 노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뉴욕타임스)는 것.

결국 대북 경제봉쇄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가장 오랜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특히 쳐다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보도했다. 중국의 협력 없이는 경제 봉쇄가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경제적 혜택을 베풀어 핵무기개발의 포기를 유도한다는 것에 가깝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관련 당사국의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이 바람직하다”(중국 외교부 대변인)는 원론적 입장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남북교류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미국의 입장과 충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일 평양에 간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가장 우회적인 방법으로 핵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입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북-미 합의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 북한이 핵 개발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수교 회담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의한 경수로 제공사업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흐리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핵개발에 대해 가장 신중한 자세.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의 설명을 들어본 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5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그리고 26일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관련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큰 괴리를 보이고 있어 북핵에 대한 국제적 공조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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