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세기 고구려시대 추정 벽화고분 발굴

  • 입력 2002년 10월 8일 23시 12분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된 벽화중 흰개가 그려진 부분.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된 벽화중 흰개가 그려진 부분.
1600년 전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고분 벽화가 북한 고분에서 발견돼 그 생생한 모습이 공개됐다.

9월 7∼21일 북한 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황해북도와 평안남도 일대의 고분 발굴에 참여했던 나카지마 기미치카(中島暈臣愼) 일본 고구려회 회장은 8일 부산대에서 가진 공개 강연을 통해 북한의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발굴된 고구려시대의 고분 벽화 사진 6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말의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그림(마자상·馬子像)을 비롯해 무인의 전신상, 호랑이를 쫓는 수렵도, 흰 개와 붉은 개의 그림 등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그림은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돌 등을 빻아 만든 자연 안료를 사용한 일종의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됐다.

벽화가 발견된 고분은 시신을 안치한 방을 비롯한 두 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무덤은 입구에서 내부까지 길이가 8m, 전체 봉분이 30m나 되는 것으로 보아 왕릉급으로 추정된다.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 고분은 발굴 당시 도굴당한 상태로 옥수수밭에 방치돼 있었으며 은으로 만든 장식품들과 은으로 장식된 관, 못도 함께 발견됐다.

나카지마 교수는 “부산대에서 강연 요청을 받은 뒤 혹시 문제가 될까봐 북한에 미리 승인을 요청했는데 예상 밖으로 쉽게 승인이 나 공개한다”고 말했다.

나카지마 교수를 초청한 부산대 신경철 교수(고고학)는 “학계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북한과의 유적 공동 발굴 및 학술교류를 시도해 왔다”며 “북한에서의 유적 발굴에 외국인 학자의 참여를 허용하고 그 내용을 남한에서 공개하도록 승인한 것은 앞으로의 남북 학술 교류에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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