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사청문회 따로, 당론 따로…준비부족-증인 부실 개선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55분


7월부터 장상(張裳), 장대환(張大煥), 김석수(金碩洙)씨 등 세차례의 총리지명자 청문회를 거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준비 부족의 만성화〓현행법상 인사청문회는 총리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보름 이내에 마쳐야 한다. 미국의 평균 80∼90일에 비하면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장상 청문회’ 때를 제외하고는 청문특위 구성부터 늑장을 부렸다. ‘장대환 청문회’ 특위는 청문회 6일 전에야 구성됐다.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보니 특위 위원들의 질의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자료제출 부실도 문제점이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은 “세금 탈루 의혹이 핵심 쟁점인데도, 국세청 등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인 참고인도 부실〓특위 위원들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증인이나 참고인을 향해 “청문회에 왜 나왔느냐”고 호통을 치곤 했다.

하지만 증인 참고인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채택 과정부터 부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핵심 증인이 빠지거나 엉뚱한 증인을 출석시키곤 했다. 지명자의 소득세 증여세 문제를 물어야 하는데, 양도세 취득세 담당 공무원을 부른 적도 있다.

장상 전 총리서리와 증인으로 나온 여비서가 학력표기에 대해 상반된 증언을 했는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위증 고발 문제로 정치적 공방만 벌이다 말아 특위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청문회 따로, 당론 따로〓똑같은 청문회를 보고도 정당마다 인준 찬반 의견을 다르게 제시했다. 각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장훈(張勳) 중앙대 교수는 “청문특위 위원들이 국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을 대신한다는 느낌을 준다”며 “미국 의회의 청문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청문특위가 스스로 찬반 여부를 결정해 국회 본회의에 권고안을 내고, 이를 참고해 의원 개개인이 자유투표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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