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과 한반도]랜드硏 부소장-김병기교수 대담

  • 입력 2002년 9월 12일 19시 03분


나탈리 크로프드 미 랜드 연구소 부소장과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부교수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여부와 그 파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나탈리 크로프드 미 랜드 연구소 부소장과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부교수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여부와 그 파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안보분야 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 부소장 나탈리 크로포드와 고려대 국제관계학과 김병기(金炳基) 교수가 만나 이라크 공격이 동북아와 한반도 및 세계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항공우주개발정책연구회와 고려대 국제학부가 주관하는 국제학술회의(주제-21세기 국제안보환경과 항공우주력의 미래) 참석차 방한한 크로포드 부소장은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더라도 북한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과의 화해(통일)에 대비해 미국과 한국이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학술회의가 열린 12일 오전 고려대 인촌기념관 세미나실에서 이뤄졌다.

▼대담자 약력▼

◇나탈리 크로포드

현 랜드 연구소 부소장

UCLA 응용수학 학사

UCLA 공대 석사

미 공군 과학상임고문위 위원장

◇김병기

현 고려대 국제 대학원 부교수

루이스 클라크대 국제정치학-사학

하버드대 대학원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학 석사

외교안보연구원 객원연구원

▽김병기 교수〓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크로포드 부소장〓이라크 정책과 관련,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취해 온 제재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이라크의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만 끼쳤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동에서는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이라크 공격은 1991년 걸프전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공, 국제사회의 규율에 정면 도전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만한 명분이 충분했고 중동권 국가들의 지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외교적 연합(diplomatic coalition)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를 자국 국민에게까지 사용한 잔혹한 지도자로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부시 미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러나 유엔총회 연설(12일)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주변의 조언에 끝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국들의 반발과 행정부 내 매파와 비둘기파들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시작하면 미 의회는 물론 행정부 전체가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전통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둔하지 않으며 그의 주변에는 노련한 참모진이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 본다.

▽김 교수〓이라크 공격과 나아가 테러와의 전쟁이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크로포드 부소장〓군사안보면에서 우리는 ‘정밀함의 시대(Era of Precision)’로 접어들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무인항공기(UAV) 등 첨단 로봇 병기들이 미국의 비밀 병기로 자리를 굳혔다. 예를 들어 16시간 동안 날며 1.6㎞ 고도에서 TV와 적외선 전자 광학 카메라를 통해 지상의 사람 얼굴을 식별할 만큼 정확한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나 보다 성능이 뛰어난 ‘글로벌호크(Global Hawk)’ 등은 아프간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활약한 이 같은 군사안보 기술 등은 한미 공군에서도 활용될 것이며 이는 한반도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적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다.

▽김 교수〓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한다면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또한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은가.

▽크로포드 부소장〓(매우 강경한 어조로) 그럴 리 없다.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에 대해 자신할 만한 식견과 대화채널을 갖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와는 다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및 접촉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김 교수〓한미연합사령부의 위상과 역할은 향후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크로포드 부소장〓양측의 전략적 동반자관계(strategic partnership)는 변함 없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더욱 공고해지면 대규모의 육군 병력은 필요 없게 될 것이며 대신 공군력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공군의 역할은 현재보다 더욱 확대돼 각종 구호물자 수송 등의 임무들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가정 하에 한반도 내 미군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통일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해 전혀 준비되지 않았던 서독이 큰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통일은 당시 서독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은 한국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