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사 빨라야 내달 방북…대화재개 늦어질듯

  • 입력 2002년 8월 13일 18시 56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에서 만난 이후 2주일이 되도록 미국의 특사파견을 비롯한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미국측의 신호가 없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백 외무상은 북-미 외무장관 회동이 끝난 직후 “양국이 대화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파월 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및 국가안보회의(NSC)의 다른 멤버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왜 그럴까.

워싱턴 타임스는 12일 “미국은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일련의 외교적 유화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남북장관급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15분간에 걸친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과의 짧은 만남만으로는 북한이 한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내부에서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온건파인 파월 장관이 주요 외교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강경파들로부터 번번이 견제를 받아온 데 비춰볼 때 이번에도 제동이 걸렸을 수 있다는 것. 이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지가 최근 브루나이 북-미 외무장관 회동을 ‘파월 장관의 개인적, 외교적 쿠데타’라고 평가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북-미 대화 재개 원칙에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별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NSC의 한 관계자는 “파월 장관은 브루나이에서도 매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과 통화하며 백악관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대(對)이라크 공격 문제, 경제 불안, 중간선거 등 더 시급한 현안 때문에 곧바로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설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 특사의 평양 파견은 빨라야 다음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에선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