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국 어디로…힘빠진 청와대 힘받는 ‘脫DJ’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38분


장상(張裳)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국정 운영도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장 지명자는 2000년 6월 국회에서 통과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청문회를 거친 첫 번째 총리지명자였다는 점에서 청와대로서는 차기 총리 인선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청와대는 장 지명자가 최초의 여성 총리후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인준을 낙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동의안 부결로 인한 충격은 클 수밖에 없고, 김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더욱 약해질 상황에 처했다.

특히 표결 결과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가 ‘부결’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나 김 대통령은 더 이상 민주당에 기댈 수도 없게 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표는 장 지명자 개인에 대한 불신의 성격이 강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민주당의 ‘탈(脫) DJ’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 지명자의 임명동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 ‘새벽 21’ 등 민주당 초선의원들 사이에선 “동의안을 부결시켜야 김 대통령과 확실하게 연(緣)을 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나라당이 첫 여성 총리후보에 대한 예우와 ‘거대 야당 국정책임론’ 등을 의식해 임명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당초의 입장에서 돌아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통해 증폭된 장 지명자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차제에 김 대통령의 ‘깜짝쇼 식 인사’에 확실한 제동을 걸어야 앞으로 김 대통령의 정치개입 소지를 원천봉쇄하고 연말대선에서의 엄정 중립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차기 총리 임명 과정은 물론 앞으로 정국 운영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동의안이 부결된 뒤 민주당은 “장 지명자가 총리가 될 수 없다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후보 자격이 없다”고 이 후보측에 공격의 화살을 겨눴고, 한나라당은 “자기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하면서 엉뚱한 데다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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