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개각]여성총리 내세워 또 깜짝인사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31분


취재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 김창혁기자
취재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 김창혁기자
7·11 개각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오직 자신의 구상을 바탕으로 출범시킨 첫 ‘DJ 내각’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를 탄생시키는 ‘실험’도 이처럼 정치적 배려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환경변화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쟁(政爭) 초연’과 ‘국정 전념’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깜짝쇼’를 통한 여론무마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데다 새 내각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개각 성격〓이번 개각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중립내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동시에 아들들 비리 및 서해교전 사태에 따른 민심수습 효과를 거두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우선 정치인 출신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비교적 무색무취한 대학총장 출신의 여성으로 교체한 것이나 실무형 인사들로 대폭 기용한 것은 정치권의 요구에 나름의 ‘성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장상(張裳) 신임 총리서리의 기용은 국회 동의절차 시 한나라당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리 교체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장관 교체는 보각(補閣) 차원의 경질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개각에는 임기 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 전격적으로 개각을 단행한 것은 여론 무마를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김정길(金正吉) 전 법무부장관을 재기용한 것 등은 탕평의 성격보다 내각을 ‘DJ 중심의 응축대형’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장상 내각에 대한 기대와 우려〓장 총리서리의 정치력에 대해서는 정치권 인사들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 ‘클린 정부’의 구현에 어울리는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장 총리서리가 나름의 장악력을 발휘하며 내각을 총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임기 말 ‘얼굴마담’ 총리로 머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장 총리서리를 가장 근거리에서 보좌할 후임 국무조정실장에 정통 관료출신인 김진표(金振杓)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임명한 것도 이를 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치권 반응〓한나라당은 이번 개각에서 첫 여성총리의 임명은 높이 사면서도 전반적으로 “중립내각이 아닌 무기력한 개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나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김정길 법무,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거론하면서 “중립내각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개각 인선에 고심한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인선내용에 대해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오늘 개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다 모르겠다. 아직 음미해볼 시간이 없었다”고 은근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장 총리서리는 품성이 온화하고 성실해 총리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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