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 '완전개방 재경선' 이뤄질까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53분


민주당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밝힌 ‘완전개방 재경선’의 실현 가능성은 8·8 재·보선 이후 여러 가지 상황변수가 맞물려 있어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재경선은 민주당이 8·8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노 후보의 지지도가 속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제돼야 현실성을 띠게 된다. 바꿔 말하면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선전하거나 노 후보의 지지도가 반등할 경우에는 현실적 카드로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민주당 내부의 합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현재 민주당 내 분위기는 재경선 실시에 대해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있다. 본보가 지난달 23, 24일 민주당 소속 의원 7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재경선이 필요 없다’는 응답자가 34명(46.6%)으로 절반선에 달했다.

설사 재·보선에 참패한다 해도 당내 여론이 급속히 재경선으로 쏠릴 가능성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당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노 후보 스스로가 국면 전환을 위해 후보직을 내던지고 당에 재경선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 재경선이란 ‘남의 판’에서 경쟁을 하겠다는 후보가 나타날 것이냐는 문제에 봉착하면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더욱이 재경선이 현실성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본선경쟁력을 갖고 있는 외부인사의 도전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 가능성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결국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노 후보의 제안은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재경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민주당에 오겠다는 유력 인사가 없을 가능성이 크고 재·보선 결과가 좋으면 반대로 민주당에 오려는 인사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재경선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재경선 문제는 그 실현가능성보다 재경선 자체가 논란이 되는 순간부터 후보교체론을 둘러싼 내분사태로 번질 공산이 크다.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당 내의 재경선보다는 분당(分黨)과 제3의 후보를 중심으로 한 신당이 출현하는 정계개편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