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서해교전]北 또 南에 책임전가…화해기조 '찬물'

  • 입력 2002년 6월 29일 19시 15분


3년 만에 다시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추진해 온 햇볕정책에도 깊은 주름살을 안길 전망이다.

휴전선에서의 사소한 총격전 발생만으로도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게 남북관계의 특징.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당국간 대화가 수차례 무산되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남북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관계개선 노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남북 간에 물리적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교전사태는 남북관계 악화와 함께 현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기는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조성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우리 국민의 대북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대북 포용정책의 추진력이 약화되면서 남북관계가 장기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북한 측이 금강산댐 방류계획을 사전 통보하는 등 한동안 남북관계는 호전될 조짐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마무리를 한 뒤에야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사과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번 사태에 대해 남측의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다만 북한 방송 매체들이 교전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가 아닌 군사당국으로 한정한 점은 북한이 문제 해결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가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김홍재(金弘宰) 대변인은 “정세현(丁世鉉) 장관 주재로 열린 통일부 간부회의에서 정부는 남북간 교전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을 지속하는 등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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