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서해교전]北군부등 강경파 불만표출 가능성

  • 입력 2002년 6월 29일 19시 15분


29일의 서해교전 사태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월드컵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데다 북-미 대화 재개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특히 99년 연평해전 때와 비교하면 북측이 초기 대치 상황부터 함포 등을 동원한 선제공격을 가해왔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높다는 게 정부 및 군 당국의 판단이다.

정부는 일단 이번 서해교전 사태의 성격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토의가 있었지만 그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북한의 진의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내부적으로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우선 북한은 이번 교전사태로 남측의 월드컵 분위기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가 적지 않은 것 같다는 게 정부 측의 분석이다. 남한이 월드컵을 통해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동안 북한은 잇단 탈북자 문제로 국제적 위신이 크게 실추됐고 이에 따른 북한 군부 등 일부 강경세력의 불만이 교전 도발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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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서해교전 당시 망신당하고 문책까지 당했던 북한 군부가 보복차원에서 도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강경 군부세력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 북한이 이번 도발을 남측의 선제공격이라고 주장하면서 ‘치고 빠지기’식 태도를 보이는 점에 비추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한반도 평화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나아가 북-미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의도적인 시위(示威)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거 북한이 해온 것처럼 각종 회담에 앞서 남북간의 불안정한 상황의 근본적인 이유가 주한미군 주둔이라는 식의 ‘억지성’ 주장을 되풀이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를 앞두고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제시해온 각종 의제로 고민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측의 의제를 거부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미 대화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부정적 태도에 대해 북한으로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도 그동안 북-미 대화를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혼란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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