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사 내달 방북 늦춰질수도

  • 입력 2002년 6월 29일 18시 39분


29일 발생한 남북한 해군의 서해교전은 대화 재개를 앞둔 북-미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은 99년 6월 연평해전 때도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NLL)을 고의로 침범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조기경보기와 정찰기 순양함 등을 급파하는 등 한반도 주변의 전력을 강화했었다.

미 국무부와 백악관은 이번 교전사태가 미 동부시간으로 주말인 금요일 밤에 발생했기 때문에 즉각 논평하지는 않았으나 북한 측의 한국 영해 침범이 명백한 만큼 이번에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월드컵 기간 중 우려되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에 대비, 이미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북한에 보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북-미 대화가 과연 예정대로 열릴지 여부이다. 미국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다음달 둘째주에 평양에 파견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대화가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외교소식통들은 북-미 양측이 모두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므로 미국의 특사파견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에는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또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줘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등 온건파들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에게 서해교전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더욱 정당화시켜주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험을 개발 명분 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 개발도 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 의회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군사적 모험만을 일삼는다”며 공격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미국의 대응은 북한의 NLL 침범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의도적 도발인지, 혹은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돌출행동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 국방위원장이 군부 강경파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면 미국은 북한 내 강온파의 알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과제를 하나 더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