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제비난에 한발 후퇴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48분


지난달 23일 탈북자 최모씨의 주중 한국총영사관 진입 이후 탈북자 처리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간에 빚어졌던 외교 갈등이 23일 주중 외국공관 진입 탈북자 26명 전원의 한국행으로 일단락됐다.

중국으로서는 탈북자 문제의 장기화로 빚어질 국제적 비난을 덜고 우리 정부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이라는 실리를 얻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중국 보안요원의 우리 공관 진입(주권침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한 점 등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탈북자 한국행 일괄타결 배경〓한중 양국이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과 중국 보안요원의 한국공관 진입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일괄 타결한 것은 양측이 그만큼 이번 사건의 조기해결을 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관 진입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간의 외교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탈북자 문제를 우선 타결하는 쪽으로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공관 침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외교관 폭행에 대해서도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정부가 차선책을 택한 셈이다.

중국도 미국이 탈북자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이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부장이 22일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 문제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이 강제 연행한 원모씨(56)까지 한국행을 허용한 것은 원씨 신병에 대한 정부의 원상회복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교관 폭행 문제에 대해 중국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을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가 “원치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고 한 것은 향후 유사사건 발생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탈북자 문제 전망〓이번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재중 탈북자에 대한 종전 태도를 상당 부분 누그러뜨렸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 초기 한국공관 진입 탈북자의 신병인도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외국공관에 진입한 모든 탈북자의 신병을 인도 받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한국공관 진입 탈북자 전원의 한국행을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방침을 번복한 셈이 됐다.

물론 중국은 외국공관이 탈북자들의 탈출행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도 이 같은 중국의 입장에 대해 공동발표문 형식의 문서를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밝힌 것. 이는 정부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의 해결 과정은 중국 정부가 다른 외국공관뿐만 아니라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결국 한국행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탈북자 문제 해결의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탈북자 주중 외국공관 진입 및 처리 일지
5.23∼6.1탈북자 5명 한국총영사관 진입
6.8탈북자 2명 캐나다대사관 진입
6.9∼11탈북자 12명 한국총영사관 진입
6.13원모씨, 한국총영사관 진입하다 중국공안에 강제연행됨
6.14외교부차관, 리빈 주한중국대사 불러 항의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대변인 기자회견, 한국외교관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
6.17탈북자 2명 한국 총영사관 진입
6.19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과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 회동, 조속한 해결에 합의
6.20탈북자 1명 한국총영사관 진입
6.21탈북자 2명 한국대사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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