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이후 정국 어디로 4]이회창 기쁨속 긴장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46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6·13 지방선거 성적표는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을 3개월 만에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게다가 민주당 박용호(朴容琥)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한나라당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를 확보, 입법부까지도 장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회창 대세론’은 연초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지방선거 승리의 환희를 빨리 잊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경계하고 있다. 대선까지는 아직 6개월이나 남았고, 앞으로도 여론이나 민심은 언제든지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자신도 뼈저리게 경험한 바가 있다. 가까이는 3년여 넘게 다져온 이회창 대세론이 올해 초에 터진 ‘빌라 파문’과 ‘노풍(盧風)’으로 일거에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이 후보가 정치 입문 후 처음으로 진두지휘했던 96년 총선에서도 당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이 수도권에서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듬해 대선에서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수도권의 민심은 가변적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 후보는 아직도 개인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의 괴리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한나라당과 이 후보 개인의 지지도는 10%포인트 남짓 벌어져 있다.

15일 실시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이회창 정권’에 대한 기대보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문제 등 외생(外生) 변수에 힘입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방선거 이후 이 후보의 선택이 ‘이회창 대세론’의 재점화가 아니라, 끊임없는 변신을 통한 ‘이회창 업그레이드’에 맞춰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는 당장 그동안 변신의 주 테마로 삼았던 ‘국민 속으로’ 전략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단순히 잠바를 입고, 호텔이 아닌 여관을 찾는 외형적 변화 대신 정국 운영의 기본방향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국민의 신뢰에 바탕한 자생력의 배양이 급선무라는 게 이 후보 측근들의 인식이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 진영을 끌어안으려는 것, 향후 정국 운영에서 세(勢) 대결을 지양하려는 것, 자민련 의원 영입을 자제키로 한 것 등이 이런 변신 노력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후보측은 또 대선전이 본격화할 경우 국민들의 시선 변화 가능성도 의식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국민들은 DJ나 현 정부보다는 대통령후보 본인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은 특히 97년 대선 당시 아들의 병역 문제와 올해 초 빌라 문제가 터졌을 때의 미숙했던 대응을 교훈 삼아 이미 비공개 전략팀을 구성하고 예상되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김과의 관계도 이 후보측은 ‘청산’ 원칙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3김을 마냥 배척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김 변수란 대선 가도에서 긍정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어도, 잘못 대응할 경우엔 예기치 않은 부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은 현재 DJ에 대해선 권력형 비리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민생 현안과 관련해서는 초당적 협력 의사를 밝히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인간적 관계는 유지하되, 정치적 관계는 거리를 둔다’는 기조를 견지할 방침. 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에 대해서도 ‘예우는 하되, 포용하지는 않는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대선 정국의 유동성이 커지면 이 후보와 3김과의 관계 또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회창의 선택’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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