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 토론 일문일답 ①

  • 입력 2002년 5월 14일 14시 33분


<관훈 클럽 노무현 후보 초청 토론회>

토론자

남찬순(南贊淳)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용식(李容式) 문화일보 정치부장/ 박보균(朴普均)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종구(金鍾求) 한겨레 정치부장/ 홍은주(洪銀珠) MBC 해설위원/ 사회 문창극(文昌克) 관훈클럽 총무

▽박보균=대통령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은 검찰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야박하게 차별화하지 않겠다는 쪽이다. 이는 차별화 차원이 아닌데 감정적 차원으로 말하고 있다. 국민들은 아들 비리 의혹의 최종 책임은 김 대통령이라고 믿는데….

▽노무현=대체로 언론과 국민들 판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제가 나설 것이냐, 어떻게 나설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사과해서 검찰 수사하는데 조그마한 부담도 느끼지 않도록 장애를 제거했다. 굳이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나서서 이분들과 관련이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말을 아끼고 보고 있다.

▽박보균=3김 정치 영향력이 남아있어 차별화 시도가 어려운 것 아닌가. 나는 의리의 사나이라고 해서 전통적 DJ 지지세력에게 잘 보이려는 계산 아닌가.

▽노무현=설사 계산 속이 보이더라도 옳은 것이냐가 중요하다. 대통령후보 되신 분들이 책임 모면하기 위해 차별화하고, 당에서 나가라 하고, 인형 만들어 타박 주고 모욕 주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그런다고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가 있는 것을 없다고 하는 속임수 비슷한 것 하지 않겠다.

▽박보균=DJ가 민주당을 탈당한 게 노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내심 고마운 것 아닌가. 표 계산 결과는.

▽노무현=탈당하는 것으로 저와 대통령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해득실은 양면성이 있어 따져 보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 하신 것은 여러 가지 배려한 것으로 마음 속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실제로 득이 안되는 것 같다.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을 만난 것이 지지율 하락 요인이었는데 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당과 제가 짊어지고 가는 것 아닌가 한다. 인간적으로 고맙다.

▽박보균=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대통령 아들 비리 때문이고 민주당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DJ와 완전 절연하고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노무현=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구도를 개혁해야 한다. 깜짝쇼 하듯이 당명 바꾸고 실속도 없이 모양만 내서는 안된다. 개혁하는 척하는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떨어지지만 아직 시간이 있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달라진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답이지 정당을 이합집산하고 이름표만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남찬순=노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 질문하겠다. 노후보 홈페이지를 보면 햇별정책과 3단계 평화통일 지지한다고 돼 있다. 혹시 DJ 3단계 통일론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 DJ 이전의 한민족 통일방안 차이점은.

▽노무현=내용을 외지 못한다. 외우려고 하는데 자꾸 잊어먹는다. 근본적인 틀은 대화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흡수통일은 안된다, 북한 붕괴는 안된다는 원칙적 자세가 중요하다. 줄줄이 외지 못해 죄송하지만 대화 아니면 방법이 없다.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흡수통일은 기도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해결해 가야 한다.

▽남찬순=6·15 합의내용 2항을 보면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축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 공통점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간다고 돼 있는데 공통점이 있나.

▽노무현=연방제냐 연합제냐 하는 논의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연방제는 북한에서 내놓은 안이기 때문에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 연방이고 연합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영연방은 국가연합 수준의 상호 결합이고 EU는 화폐는 통합돼 있지만 헌법 통합은 아니다, 북한은 연방의 개념에 단일한법을 반드시 전제하지 않는 부분이 들어있다. 결국 연합인데 용어를 연방으로 쓴다고 쌍방간의 차이를 크게 확대한다면 공통점을 만들기 어렵다. 연방과 연합 합치되는 방향으로, 공통점 찾아가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의지를 담은 것 아닌가.

▽남찬순=고려연방제는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지, 그런 의도가 있는데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는지, 고려연방제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지.

▽노무현=깊이 관심 갖고 읽어보거나 공부하지 않았다. 대남 적화전략 갖고 있다는 것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관념적 주장이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지도 않은데 가능할 것을 전제로 연방제 해석하고 굳이 매달릴 이유가 뭐냐. 기본적으로 남한은 남한대로 전략을 갖고 공통점 찾아가고 협력과 교류가 증진돼 그때그때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남찬순=통일 이후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모적 체제 논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는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소모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노무현=결론이 난 문제를 갖고 논쟁하면 소모적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천지개벽이 없는 한 보편적 질서라고 다 확신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필연이다. 북한은 아니라고 우기는데 대화를 풀어가야 하는데, 흡수통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용어 선택에서 당신 체제는 안돼 하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해야 하는데 당신 체제는 아니라고 해서야 되겠는가.

▽김종구=노 후보는 없는 자 소외된 자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95년 선거 때는 법보다 밥이 우선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법질서 유지 확립해야 하는데 딜레마가 있다. 노점상 생존권 보장해 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면 어떻게 대처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하겠나. 요컨대 법질서 확립과 저항권 인정의 충돌을 조화시킬 방도는.

▽노무현=법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다만 지키기 좋은 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잘못된 법은 국회에서 손질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기시정의 기능과 역량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저항권이 발생한다. 87년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문민정부를 거치며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법질서는 합리적으로 정비됐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구체적 생존권과 부닥치는 것이 많다. 그런데 대개 시장의 몫이다. 김민석 후보가 어제 토론회에서 몇가지 원칙을 제시하던데 법 질서 유지를 확립하되 삶이 고통스럽지 않게 적용해 가야 한다.

▽김종구=현실적으로 노사화합이 어렵다. 국민의 정부는 구속 노동자를 양산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 되면 구속 노동자 양산되지 않으리라는 단언을 할 수 있나.

▽노무현=90년대 이후 노동의 유연화를 계속 주장돼 왔지만 뒤로 미뤄지다가 IMF위기 맞으며 급작스레 노동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충격이 원체 컸기 때문에 충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고용보험제 등 사회안전망의 충분한 준비가 없이 대량실업이 이뤄져 충돌이 생기고 노정간 갈등이 깊어지고 구속 노동자가 많아진 것이다. 국민의 정부의 노동정책이 가혹했다고 말할 수 없다.

▽김종구=노동시장 유연화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노무현=많은 것을 고쳐야 한다. 노동의 유연화 찬성이냐 반대냐, 이렇게 편을 갈라서 싸우는데 내용 가만히 보면 많은 절충점이 있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쳐 보완해야 한다. 비정규직 처지가 너무 열악하다는 문제가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것 보다는 대기업은 좀더 수용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해야 하는 조정이 필요하다.

▽김종구=법질서 존중 시대가 됐다. 서울시내 여의도 등에서 각종 집회가 경찰이 허용한 장소를 벗어나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인지, 현실을 인정해 허용할 것인가.

▽노무현=어려운 문제다. 대단히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 엄하게 단속하되 상당히 유연한 대응 여지가 있다. 13대때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시장 소방도로에 목판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 있었다. 소방법상 불법이고 그냥 두면 소방도로 기능을 상실한다. 소방서장이 보름마다 소방훈련해 쫓아내고 노점상이 쫓겨났다가 다시 오고 했다. 이게 타협이다. 대통령이 일일이 할 수 없지만, 융통성 있는 사회 만들어가야 한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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