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은 이제 그만”…昌 ‘낡은정치 종식’ 의지표현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8분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10일 오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후보수락연설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들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후보측 김무성(金武星)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출신.

박 대행은 “김 의원도 알고 있었느냐. 정말 수락연설에 그 내용이 들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들어 있다. 나도 사전에 몰랐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전화를 끊고 난 박 대행은 “청와대 본관을 영빈관으로 내주고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실 옆으로 옮기려면 별도로 건물을 지어야 될 텐데…”라며 입을 닫았다.

청와대를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국민 가까이’ 옮기겠다는 말은 주요당직자들조차 의외로 받아들이는 공약이었다. 이 후보의 한 측근도 “이 구절은 당초 어제까지 없던 것인데 집필팀에 일임했더니 오늘 아침에 들어있더라”고 전했다.

이 후보 자신도 총재 시절인 1월1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이 ‘청와대 집무실 폐지’를 주장한 데 대해 “제왕적 대통령은 집이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 이 후보가 생각을 바꾼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한 자신의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은 이 후보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정치개혁의 주요 테마. ‘3김 정치’ 청산의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이 후보는 3김정치의 유산이 다름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줄곧 비판해왔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민주대연합의 정계개편을 주장하며 낡은 시대의 3김 정치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해온 이 후보로서는 뭔가 상징적인 조치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더구나 그 자신이 야당으로부터 ‘제왕적 총재’ ‘제왕적 후보’라는 공격을 받아온 만큼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했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박 대행이 우려한 것처럼 집무실 이전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많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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