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측 회의 거부, 왜 이러나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07분


원래 오늘로 예정됐던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가 북측의 갑작스러운 거부로 무산됐다. 어제 성명을 통해 내놓은 북측의 거부 이유라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했던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의 발언을 빌미삼아 “남측 당국이 납득할 만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이야말로 이 같은 상식 밖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에 열기로 했던 경협추진위는 올 하반기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다. 남북한 철도 도로 연결, 개성공단, 차관 형식의 정부쌀 30만t 대북 지원, 경협합의서 발효 등에서부터 최근 논란이 된 금강산댐 문제에 이르기까지 남북간에 당장 논의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이런 터에 쌀과 비료 등 남측의 지원이 절실한 북측이 오히려 무리한 이유로 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측이 최 장관 발언을 문제삼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때로는 강공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 최 장관의 말에 대해 외교부는 그 후 해명자료까지 내가며 이것이 향후 남북관계에 끼칠지도 모를 여파에 신경을 쓴 바 있다. 그런데도 북측이 계속 남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와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이 마음만 먹으면 남측의 대화 상대방을 언제라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런 행동은 ‘트집잡기’로 비칠 뿐이다.

정부는 이번에는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대북 발언이 문제가 돼 단명으로 끝난 장충식(張忠植) 전 한적 총재와 홍순영(洪淳瑛) 전 통일부장관의 ‘전례’가 또다시 반복되면 안 된다. 북측에 대해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저들의 잘못은 조목조목 따져야 한다. 사실 남북대화가 급한 쪽은 북측이지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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