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덮어두고 월드컵협력 최종 조율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02분


상암월드컵구장 방문
상암월드컵구장 방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22일 정상회담은 불과 70일 앞으로 다가온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을 위한 한일간 협력 분위기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말 그대로 ‘월드컵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의 월드컵 개·폐막식 교차 참석과 양국간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비자 면제 및 관광취업비자 확대 등의 정상회담 합의 내용도 대부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국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 일정이 국립국악원 방문, 불고기 한식 만찬, 천마총 불국사 관람 등 주로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한 이벤트성으로 채워진 것도 양국간에 자리잡고 있는 ‘심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한 일본의 노력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및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은 앞으로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선에서 원론적인 논의만 이뤄졌다. 정상회담에서도 지난해 10월 양국이 합의한 7개 사항에 대한 진행 상황을 열거하는 정도였고 두 정상간에 내밀한 대화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지난해 교과서 파동 등으로 악화됐던 한일관계를 정상으로 복원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뒤집어보면 구체적인 성과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무게를 뒀던 북-일관계 개선 문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인 납치문제 등 현안을 보류하고 북-일 수교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이나 대북 관계 개선과 식량 지원을 연계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은 향후 북-일 협상의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개국이 동북아경제협력체를 구성하면 3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을 감안할 때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한일정상회담 주요합의 내용
항 목합의사항주요 합의 내용
월드컵 성공적
개최
한일정상 월드컵 개·폐회식 교차 참석·고이즈미 총리 서울 개회식(5월31일) 참석
·김대중대통령 요코하마(6월30일) 폐회식 참석
한일 협력
관계 강화
7대 현안 이행·양국의 7대 현안 이행노력 평가
·역사공동연구위 1차회의 4월개최 노력
한일 정책대화 촉진·양국 외교장관 연내 상호방문 실시
·차관보급 이상 고위정책협의회 활성화
인적교류 증대·월드컵기간 한시적(5월15일∼6월30일) 비자면제
·청소년 관광취업비자 발급한도 연간 1800명으로 확대
경제·통상협력 강화·자유무역협정 논의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회 설립
·한일투자협정 서명 및 협정 조기발효 노력
·IT 분야 적극 협력
대북정책 공조한미일 대북정책공조·대화 통한 문제해결 원칙
·일본의 납치사건 등 인도적 문제 해결 지원
지역 및 국제
무대협력
한일간 긴밀한 협력·한일간 대테러 협력 강화
·동티모르 PKO 활동, WTO 도하개발 어젠다협상 등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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