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내용]남북 주요 군사연습 사전통보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50분


27일 한미 공동연구팀이 8개월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군사적 신뢰구축(CBM) 방안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공조를 위한 기본틀을 만들어냈다는 데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마련된 신뢰구축 방안은 △군사적 신뢰구축에 관한 협의 강화 △군사분야 교류 및 접촉 확대 △남북간 교류협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정전체제 준수 △우발적 충돌 및 오해 방지 등 5개 분야의 32개 세부사항.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전체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우발적 충돌 및 오해 방지를 위한 남북한간 직통전화를 설치, 주요 군사연습의 사전 통보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 전통무술 시범단 교환, 국제군인체육대회 참가, 남북한 해운합의 등도 포함돼 있다는 것.

공동연구팀이 발족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회담.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 문제가 북-미 협상 의제로 새롭게 포함되면서 대량살상무기(WMD)는 미국이, 재래식 무기는 한국이 맡기로 한 전통적인 역할분담론이 깨짐에 따라 새로운 공동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동연구안은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한 전 전진 배치된 북한의 재래식 무기 후방 배치를 강조했던 부시 대통령이 방한기간 중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 재배치 문제가 한미 실무진에 의해 단계적으로 다뤄질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연구안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나타난 상징적인 남북한 신뢰구축 조치를 구체화시키고 현실화시켰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군축과 평화체제 법적 제도화와 같은 자주적인 성격의 의제에까지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선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북한이 이 같은 긴장완화 노력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한미가 말하는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해 ‘북한체제를 와해시키기 위한 술수’로 보고 있는 데다 남북간 북-미간 접촉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며 CBM을 다른 용어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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