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4년 4]국정 마무리 이렇게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36분


25일로 취임 4년을 맞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각계 전문가들은 “하산길의 마무리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과욕을 부려 새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에 벌였던 일을 차분히 마무리하고 매듭진 것을 풀어가라는 얘기였다.

이들은 또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열린 자세로 임기말 국정 운영에 전념해야 한다”며 “정권 재창출이나 인기만회에 집착해 무리수를 둘 경우 하산길 실족의 우려가 크다”고 충고했다.

▼관련기사▼

- 역대 정권말기 청와대수석들 조언

▼글 싣는 순서▼

- <3> DJ 최대 실패작은 人事
- <2>용두사미 개혁정책
- <1>기로에선 햇볕정책

▽비리 의혹 정리〓김석준(金錫俊·행정학) 이화여대 교수는 무엇보다 부정 부패 비리의 척결을 현 정부의 임기말 과제로 꼽았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임기말에 아들(현철·賢哲)까지 구속시켰다. 도덕성을 회복하려면 의혹을 밝히고 스스로를 단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현 정권의 잘못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중진 P의원도 “도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개혁의 명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4대 개혁과제 재점검〓꼭 필요한 개혁은 임기와 관계없이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온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개 분야의 개혁만큼은 지금이라도 다시 궤도에 올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초정파적인 주문이었다.

김석중(金奭中) 전경련 상무는 “2000년 4·13 총선을 거치면서 정부의 4대 분야 개혁 의지가 약화되고 개혁이 정치 논리화되면서 추진력이 상실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과제들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 및 야당과의 매듭 풀기〓오택섭(吳澤燮·신문방송학) 고려대 교수는 현 정권이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을 인정하지 않은 데서부터 꼬인 국정 운영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 언론에 대해 타율적 규제를 가하려 해선 안 된다. 언론은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의 언론정책이다”고 강조했다.

야당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는 ‘포용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초당적 대처가 요구되는 외교 안보 통일 분야에서는 다음 정권에서도 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정 운영에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남은 1년 동안 차기 정권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겸허한 자세로 우방과의 관계를 점검해야 한다”며 “남북대화도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작더라도 기존 합의를 실천하는 자세로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성(全在晟·정치학) 숙명여대 교수는 “대북정책을 정권 차원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정 선거 관리〓6월13일 지방선거와 12월19일 대통령선거의 공명 관리는 임기말 과제 중에서도 가장 역점이 두어져야 할 과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공정선거 관리가 현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직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원택(康元澤·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두 선거를 공명하게 치르려면 김 대통령이 임기 이후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임기 후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달중(張達重·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두 선거가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 양상으로 비화돼 국론 분열이 심화되지 않도록 과열 분위기를 억누르고 정책 선거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김 대통령이 당적을 포기한다든가, 공정선거 관리를 위해 편향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 정부 관계자들을 교체하는 등 스스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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