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햇볕정책' 이견 심각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이후 불거진 북-미 갈등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예고됐지만 대미 외교력 부재와 햇볕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햇볕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내년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기간이 종료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사찰이 본격화되며 △북한의 경수로건설 지연보상 요구를 둘러싼 북-미간 마찰이 예상됨에 따라 북-미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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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4일 “94년과 98년에 진행된 북한의 핵문제 해결 과정을 살펴볼 때 현재의 북-미간 위기상황이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제기하는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해결과 북-미 대화를 위해 지금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날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최성홍(崔成泓) 차관을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문책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일(한국시간) 한미외무장관 회담에서 한 장관에게 “한국이 꾸준히 햇볕정책을 추구해 왔는데 기대만큼 북한으로부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게 아니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3일 ABC방송에 출연해 “한국정부는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수년간 노력해 오고 있으나 북한은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WMD와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해 세계에 팔고 있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1·29개각 때 의원 겸직 장관의 복귀 원칙에 따라 한 장관도 경질 검토 대상이 됐으나 당시 한 장관이 외교일선에 있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보류한 것”이라며 “북-미 관계 악화와 관련된 문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또 “북한의 WMD 문제를 한미정상회담(20일)에서 양국이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며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강화 △북-미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경제통상 현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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