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올해 대통령 연두회견 비교

  • 입력 2002년 1월 15일 00시 23분


‘강력한 정부’에서 ‘죄송한 정부’로?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은 여러 모로 지난해 회견(1월11일)과 대조를 보였다는 평이 많다.

특히 정국인식이 그랬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로 연초부터 비난여론이 들끓는데도 “과거 정권에서 야당 의원 빼가기를 했던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비판할 입장이 못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강력한 정부’를 천명했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강압하다시피 했다.

요컨대 지난해의 회견은 야당과 언론 등 비판세력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강성 기조가 주조였다. 여당인 민주당의 김중권(金重權) 대표도 이에 맞춰 ‘강한 여당론’을 내세웠다. 참여연대조차 “자성과 개선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연두기자회견에서는 벤처기업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죄송하다’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뭔가 기운이 빠진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회견의 초점도 경제 살리기나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 ‘비정치적 분야’에 전념하겠다는 데 맞춰졌다.

김 대통령은 그러면서 “민주당 총재도 그만두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고, 야당도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약속을 안 지키지 않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논의가 필요 없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정국과 대야(對野) 관계를 언급하는 태도는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DJ식 인사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그는 “다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회견에 임하는 표정이나 태도에서는 더욱 차이가 컸다.

작년 회견 때의 어조는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표정도 단호했을 뿐만 아니라 “분명히 말하지만…”이라는 표현을 자주 동원했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전날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로 잠을 설친 듯 피곤해 보였고, 쉰 목소리가 가끔 잠기기도 했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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