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주당과 '협의처리' 속내는?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2분


한나라당이 교원정년 연장 및 검찰총장 국회 출석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합의한 ‘협의처리’ 원칙은 어느 선까지 유효한 것일까.

한나라당은 일단 26일 여야 원내총무 회담에서 ‘협의 처리’에 합의한 이후에도 “당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27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도 교원정년 연장 법안은 정기국회 회기(12월 8일) 내에 처리하고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출석요구 결의안은 28일 국회 법사위 표결을 강행한다는 것이 ‘당론’임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두 현안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마지노선을 설정해 놓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적절한 협상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흔적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교원정년 연장 법안은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를 방문중인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7일(한국시간) 기자간담회에서 “(29일 귀국 후) 여러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말하긴 했다.

그러나 한 고위당직자는 “교원정년 연장 법안 문제는 이번 회기에 일단 법사위에 상정함으로써 본회의 처리를 위한 교두보만 확보하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다음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원정년 연장 법안 처리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방침은 결국 29일 본회의 표결 처리에서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로, 다시 다음 임시국회 처리로 계속 물러서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검찰총장 국회출석 문제는 오히려 더욱 강경해졌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특히 검찰총장 출석요구안의 경우 (28일 법사위에서) 여당의 전술적 퇴장 등이 있다하더라도 야당 단독으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교원정년 연장 법안과는 달리 국정원과 검찰의 비리사건 연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만큼 여론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현재로서는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과 신 총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탄핵안 발의를 불사한다는 게 당의 대체적인 기류다. 절대 ‘엄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탄핵안 발의를 전후해 두 사람에 대한 여권의 교통 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여권도 탄핵 정국은 아주 부담스러울 것인 만큼 그에 앞서 모종의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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