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쇄신파동후 각개약진]한광옥-한화갑 대립 구도로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집권의 전위부대 구실을 맡아온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의 분화(分化)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구성된 동교동계는 오래 전부터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양분될 조짐이 있었으나, 김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촉발한 이번 쇄신파동을 거치면서 각자 갈 길을 가는 현상이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쇄신파들의 집중 공세로 권 전 최고위원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그 공백을 메우며 한 고문과 대칭축을 형성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한 대표와 권 전 최고위원의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

14일 단행된 한 대표의 중 하위 당직 인선 결과도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 연수원장에 권 전 최고위원의 직계인 조재환(趙在煥) 의원이 임명된 것이 그것이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와 동교동 신파 및 소장파 연대의 중심에 있는 한 고문이 향후 당권을 놓고 격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도 최재승(崔在昇) 의원과 함께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과거 권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목포지구당을 물려받기도 했던 김 의원은 ‘이용호 게이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권 전 최고위원과 서먹한 관계가 됐다고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권 전 최고위원과 한 고문 사이를 오가며 김 대통령의 ‘메신저’ 구실을 했던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권 전 최고위원 및 한 고문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기 전에 박 전 수석이 권 전 최고위원에게 ‘외유’를 권유했다는 설(說)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의 외유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언론에 보도된 점, 누구 때문에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했느냐를 둘러싼 동교동계 내부의 ‘네 탓’ 공방 또한 동교동의 결속력이 급속히 이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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