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의원들은 “일부 최고위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의 분별 없는 행보와 언행이 대통령을 막다른 길로 몰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으나 동교동계 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총재를 물러나라고 한 게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쇄신파들도 “총재직을 내놓으라고 했던 게 아닌데…”라면서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쇄신파동에 대한 ‘역(逆)쿠데타’가 아닌가 하고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쇄신파 내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날 조짐도 보였다.
쇄신파들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함께 그동안 인적쇄신의 핵심 타깃으로 지목해온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사퇴하자 “일단 쇄신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혹시 득보다 실이 많은 게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반면 동교동계는 반격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서 할 말도 못했는데 이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DJ ‘직할부대’ 성격의 중도개혁포럼도 이날 오후 회동, 김 대통령 총재직 사퇴에 따른 당의 진로를 놓고 숙의를 거듭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각 대선예비주자 진영의 움직임도 긴박했다.
이인제(李仁濟) 전 최고위원은 장고(長考)에 들어가는 듯 했다. 총재직 사퇴로 후보 조기 가시화의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는 ‘기회’일 수 있지만 김 대통령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동교동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똘똘 뭉치느냐, 아니면 구심력을 상실하고 표류하느냐가 중요한 대목”이라며 일단 득실계산을 유보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최고위원측도 ‘기습’을 받았다는 분위기. 그러나 당헌상 규정을 내세워 내년 1월 전당대회 소집을 관철시키는 데 사활이 달려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1월 전당대회 순리론’을 전파하는 데 주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金槿泰) 전 최고위원 역시 총재와 대선후보를 분리 선출하는 2단계 전당대회론을 역설하고 나서는 등 ‘이인제 대세론’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전 최고위원측은 “민주당을 전국 정당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연대가능성에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