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반응]"이런건 아니었는데…" 파격카드 회오리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5분


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기정사실로 드러나자 민주당 내 각 정파와 대선예비주자 진영은 너나 없이 충격을 표시하면서도 내심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응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일부 최고위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의 분별 없는 행보와 언행이 대통령을 막다른 길로 몰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으나 동교동계 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총재를 물러나라고 한 게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쇄신파들도 “총재직을 내놓으라고 했던 게 아닌데…”라면서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쇄신파동에 대한 ‘역(逆)쿠데타’가 아닌가 하고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쇄신파 내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날 조짐도 보였다.

쇄신파들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함께 그동안 인적쇄신의 핵심 타깃으로 지목해온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사퇴하자 “일단 쇄신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혹시 득보다 실이 많은 게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반면 동교동계는 반격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서 할 말도 못했는데 이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DJ ‘직할부대’ 성격의 중도개혁포럼도 이날 오후 회동, 김 대통령 총재직 사퇴에 따른 당의 진로를 놓고 숙의를 거듭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각 대선예비주자 진영의 움직임도 긴박했다.

이인제(李仁濟) 전 최고위원은 장고(長考)에 들어가는 듯 했다. 총재직 사퇴로 후보 조기 가시화의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는 ‘기회’일 수 있지만 김 대통령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동교동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똘똘 뭉치느냐, 아니면 구심력을 상실하고 표류하느냐가 중요한 대목”이라며 일단 득실계산을 유보했다.

한화갑(韓和甲) 전 최고위원측도 ‘기습’을 받았다는 분위기. 그러나 당헌상 규정을 내세워 내년 1월 전당대회 소집을 관철시키는 데 사활이 달려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1월 전당대회 순리론’을 전파하는 데 주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金槿泰) 전 최고위원 역시 총재와 대선후보를 분리 선출하는 2단계 전당대회론을 역설하고 나서는 등 ‘이인제 대세론’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전 최고위원측은 “민주당을 전국 정당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연대가능성에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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