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총재직 사퇴]한화갑-김근태 "사퇴 만류하자"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선언한 8일 오후 민주당 중앙당사 4층 당무회의장은 시종 침통했다.

회의를 주재한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목이 멘 듯 침울한 목소리로 “어제 총재로부터 당무회의를 소집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 심재권(沈載權) 총재 비서실장이 김 대통령의 친서 중 ‘총재직 사퇴를 결심했다’는 부분을 낭독하는 대목에서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과 김옥두(金玉斗) 설훈(薛勳)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비공개 토론에서 발언에 나선 20여명의 당무위원들은 “천지개벽과 같은 얘기”라며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를 만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개진했다.

이인제(李仁濟) 정대철(鄭大哲) 정동영(鄭東泳) 전 최고위원은 침묵을 지켰고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전 최고위원은 총재직 사퇴 만류 주장을 폈다. 노무현(盧武鉉) 전 최고위원은 지방행사 때문에 불참했다. 다음은 당무위원들의 발언요지.

▽한광옥 대표〓대표 입장에서 자책감을 금할 수 없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당이 새로운 질서를 민주적자율적으로형성하고이해를조정시켜 나가길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총재의 사표 반려를 바라는 마음들이겠지만 대통령의 크고 충정어린 뜻을 받아주는 게 좋겠다.

▽김영배(金令培) 고문〓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백지화를 건의하자.

▽한화갑 의원〓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총재가 떠나면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

▽김근태 의원〓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상황이다.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김민석(金民錫) 의원〓우리가 대통령을 힘들게 했다. 대통령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자.

▽이윤수(李允洙) 의원〓당이 어머니라면 총재는 아버지다. 어린 자식을 놔두고 당을 떠나면 우리는 뭐가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 서운하다. 반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떠나겠다.

▽장성원(張誠源) 의원〓우리가 번의하도록 건의해도 이미 총재께서 국민에게 선언을 한 것이다. 당의 진공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광옥 대표체제를 승인하고 일사불란하게 단결하자.

▽박병석(朴炳錫) 의원〓대통령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결과는 정반대다. 초선의원들의 개혁 의지가 순수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서는 절제해야 한다.

▽남궁석(南宮晳) 의원〓대통령은 차기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에 떠나야 한다.

▽김경재(金景梓) 의원〓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총재직을 사퇴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당 총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당무위원도 모두 사퇴하자.

▽이재정(李在禎) 의원〓우리들의 쇄신 요구도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다. 총재직 사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대통령이 총재직을 그만 두는 마당에 원내총무직을 계속 맡는 것이 송구스럽다. 사의를 표한다.

▽한 대표〓대통령께서 총재직 사퇴의사를 표명했지만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우리 모두 개혁정책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자. 심기일전의 자세로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이를 위해 총재가 일정한 시점, 일정한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총재직을 맡아줘야 한다.

한편 당무회의 도중 동교동계인 김태랑(金太郞) 경남도지부장이 일부 소장파 의원을 인신공격성으로 비난하자 주위에서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또 동교동계 비상임 부위원장 20여명도 당무회의장 주변에 몰려와 “쇄신파도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며 쇄신파 의원들을 비난했다.

<김정훈·부형권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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