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없는 민주당-각축과 정계개편

  • 입력 2001년 11월 8일 16시 25분


김대중(金大中) 총재가 없는 민주당의 전도는 지금까지 보다도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으로는 당권 및 대권 경쟁이 격화되고, 밖으로는 정계개편의 외풍(外風)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당권 및 대권 경쟁은 크게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대 반(反) 이인제 그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대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8일 당무위원회의에서도 그런 징후가 나타났다.

한화갑 고문 진영의 설훈(薛勳)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제 빨리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준비해 총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인제 고문 진영의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은 “무슨 소리냐. 1월은 시기상조다. 물리적으로도 어렵다”며 내년 4월 전당대회에서 총재와 후보를 함께 선출해야 한다고 맞섰다.

선(先) 당권 장악, 후(後) 대선후보 선출 을 기조를 하고 있는 한 고문과 김근태(金槿泰) 고문이 연합전선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현역 의원만 63명이 참여하고 있는 중도개혁포럼은 이미 세몰이에 돌입한 상태이다. 쇄신파동을 거치면서 연대 움직임을 보였던 5개 개혁모임도 이인제 대 반 이인제 그룹 으로 자연스럽게 분화하면서 각축구도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소장파들이 권 전 최고위원을 몰아부칠 명분이 없어졌다”며 “권 전 최고위원이 이제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차기 구도 짜기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가 7일 김 대통령에게 총재직 사퇴를 다음 전당대회 때 로 미뤄달라고 긴급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당권 및 대권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의 풍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벌써부터 이건 쇄신파에 대한 DJ의 역(逆) 쿠데타다. 당이 깨질 것도 각오한 승부수가 아니냐 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0·25 재보선 참패를 목격한 수도권 출신의 영입파들 및 쇄신파동 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적대관계를 형성한 소장개혁파들의 향배가 정계개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