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간담회’이후 민주당]與 ‘내분’ 안고 ‘경선’속으

  • 입력 2001년 11월 7일 19시 37분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도부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향후 진로는 불투명하다. 이번 쇄신파동은 대선후보 경선에 대비한 당내 계파 간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내분이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각자가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을 뿐인 간담회 또한 ‘당론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의 부담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다만 민주당이 빠른 속도로 경선 국면을 향해 치달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도체제건 후보선출이건 당내 현안은 궁극적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쇄신파들은 이미 김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의원 서명작업에 돌입, 힘으로라도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쇄신파동을 거치면서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그룹 대 반(反) 이인제 그룹의 편가르기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도 향후 치열한 세 대결을 예고하는 대목 중 하나다.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비롯한 정치일정에 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사실 민주당의 경선 구도는 어차피 ‘이인제냐, 아니냐’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부터 당소속 의원들은 그런 구도 위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이인제 그룹의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내년 4월 전대론’에 강력히 저항한 것도 ‘이인제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분 과정에서 연대움직임을 보인 당내 5개 쇄신파 그룹도 한동안은 대선예비주자들과 별개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결국은 경선구도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가 지지하는 대선예비주자도 제각각이어서 전혀 새로운 전선(戰線)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워낙 위기의식이 팽배해있기 때문에 정계개편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동교동계 해체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일정과 관련해서는 김 대통령의 입장과 태도도 중요한 변수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선에 관한 한 ‘김심(金心·김 대통령의 의중)’은 없을 것이며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에만 전념하고 당의 일은 당에 맡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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