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남쿠릴열도 조업금지’ 파장]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49분


러시아와 일본이 한국어선의 남(南)쿠릴열도 수역에서의 꽁치조업을 금지키로 했다는 일본언론 보도와 관련해 한국정부는 “아직 러-일간에 합의된 것은 아니다”고 애써 강조하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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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측은 특히 “러-일 양국이 현재 알려진 내용대로 합의에 이르더라도 우리 어선의 조업에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의 대응책 고심〓정부는 각종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측에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한국어선 조업금지’가 초래할 후유증을 전달하고 성의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5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외교통상부가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우리측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해양수산부도 10일부터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일 수산당국 회담에서 한국 내 분위기를 전달하고 일본이 한국어선의 남쿠릴열도 꽁치어장 조업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측에 조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산리쿠(三陸) 수역에서의 조업허가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러-일 양국이 실제로 남쿠릴 수역에서의 제3국 조업금지 합의에 이르면 일본 및 러시아와 협의해 한국어선에 실질적인 피해가 없도록 대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러-일 양국의 암묵적 양해 아래 민간차원의 합의를 통해 남쿠릴 수역에서의 조업을 계속하거나 대체어장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어선의 조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우리 어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실질적 대안만 마련된다면 반드시 지금까지와 동일한 조건과 형식으로 조업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후속대책 실효성 의문〓그러나 외교부와 해양부 등 관계부처가 ‘러-일 합의설’이 일본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실상 ‘뒤통수’를 맞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후속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은 자신들이 ‘북방 영토’라고 부르는 남쿠릴열도 수역의 경우 영유권 문제가 걸려있어 ‘사활을 건 외교현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9일로 예정된 러-일간 차관급 회담에서 러시아측에 어떤 ‘당근’을 주더라도 한국어선 조업금지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역시 일본측이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면 일본과의 외교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한국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어민들의 ‘표’를 강하게 의식하고 ‘수산족(族)’으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당내 입김도 세다. 이 때문에 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양보는 물론 한국 정부가 대안으로 꼽는 산리쿠 수역에서의 조업확대에도 극히 부정적이다.

일본에서 ‘러-일 합의설’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는데도 한국 정부가 사실확인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정도로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권순활·부형권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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