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대표는 누구…동교동계 신파와 관계 불편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4층 회의실에서 신임 대표 인준을 둘러싸고 당무위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는 동안 한광옥(韓光玉·59) 대표는 3층 대표실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홀로 앉아있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한 대표는 71년 신민당 시절부터 시작된 자신의 정치역정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회고했다.

“서슬 퍼런 82년 5공 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대중 석방’ ‘대통령 직선제 도입’ 등을 주장한 인연으로 85년 민추협이 결성되면서 김 대통령이 나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내가 야당에서 부총재 사무총장 최고위원을 했고, 97년 대선 때는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는데….”

한 대표는 끝내 “조금은 서운하더라”라며 당내 일각의 반발 분위기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다. 평소 입이 무거워 ‘이중 자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평소 자기 스타일을 버리면 빨리 죽는다”며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한 대표는 동교동계 신파로 분류되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는 지난해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와도 그렇게 가까운 편은 아니다. 반면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나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과는 꽤 친숙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한광옥 대표 체제에 대해 동교동계 신파와 김중권 전 대표측이 반발하고,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 고문측이 환영하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다.

여권 내에서 대표적인 ‘덕장(德將)’으로 꼽혀 온 그를 둘러싸고 당내에 갈등기류가 형성된 것 자체가 민주당이 이미 대선 국면으로 들어서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광옥 대표는 서울대 영문과를 나왔으며 81년 11대 총선 때 서울 관악갑에서 처음 당선된 후 13, 14, 15대 의원을 지냈다. 부드럽고 격의가 없어 위 아래로 따르는 사람이 많은 대표적인 화합형 정치인으로 꼽히나 때로는 과단성과 돌파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듣는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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