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동반자" "정부의 홍위병" 시민단체 역할 논란

  • 입력 2001년 8월 27일 19시 06분


DJ 정부가 추진하는 과제 중에는 그 성격상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불가피한 사항들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 의약분업, 교육개혁, 언론개혁 등 각종 ‘개혁’에는 필연적으로 희생과 고통이 수반된다. 대북정책도 따지고 보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 없이는 그 추진이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고통과 부담을 지게 된 대상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충분히 했느냐는 점이다. 오히려 사안에 따라서는 희생을 감내해야 할 대상을 ‘기득권층’이라 몰아붙이는 경우가 없는가 되돌아 보아야한다. 더욱이 이러한 정부정책의 추진 과정에 시민단체들이 가세해 정부를 더욱 ‘호전적’으로 비치게 하고 있다.

2000년 ‘4.13’총선 때의 낙천·낙선운동, 언론 세무조사로 시작된 이른바 언론개혁운동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8.15 방북단’에도 시민?報?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실제에 있어서는 대체로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본질적 개혁은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이른바 ‘개혁 대상’들의 처지에선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옹호론으로 들리기 쉽다. 시민단체들이 투쟁 명분으로 내건 과제 중에는 정부의 필요와 일치하는 것도 많았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민단체들은 고비고비마다 정부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고, 급기야 ‘홍위병’ 논란까지 나오게 됐다.

아무튼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맥을 함께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정부+시민단체’와 이른바 ‘개혁대상 집단’ 간에 전선이 형성된 게 현실. 또 그런 과정에서 국민 화합보다는 갈등의 상처가 깊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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