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全文

  • 입력 2001년 8월 2일 22시 59분


최근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사회 전체가 혼돈에 휩쓸려 국민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바른 해결의 길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언론개혁은 우리사회의 오랜 숙원이었다. 정부 권력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과 언론자유의 수호, 社主와 광고주로부터의 편집권의 독립, 勞組를 비롯한 이익단체로부터의 언론의 독립성 견지, 독자의 알권리 존중,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기사와 논평 등 언론의 횡포로부터의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투명한 경영과 ABC제도의 정착, 공정보도를 위한 전문성 및 윤리의식의 제고, 언론사 경영진을 위한 선전도구화 방지 등 제반 문제는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은 여태껏 그러한 노력을 소홀히 해 왔으며 이 점에서 모든 언론기관 종사자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언론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을 경우 으레 정치적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사 세무조사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세무조사에 성역이 있어서도 안되고 또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비리는 적법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2.차제에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합심하여 언론 발전의 바람직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라도 개혁의 방향이 바르게 설정되어야 하고 언론사의 社主, 편집 간부, 일선 기자들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그동안 언론발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스스로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특별히 社主측은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경영원칙을 무시하고 왜곡된 광고가격 메커니즘과 불공정거래, 탈세 등 전횡적 경영을 해온 것을 반성하고 이를 즉각 시정하여야 한다. 언론사의 간부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오만하게 군림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한다. 권력과 금품의 영향 하에 있는 일부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기자윤리의 실천을 통해 正道를 밟아야 한다. 또한 언론은 정부지배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MBC, KBS, YTN 등 방송사와 연합뉴스, 대한매일신문 등 실질적으로 정부지배 하에 있는 매체들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언론사 임원선임방식의 개혁 내지는 소유구조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3.그러나 이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언론사에 50∼60명의 국세청 및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인력이 4개월간 투입되고 언론사 전 임원, 전 간부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하는 등 건국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조사를 감행한 점을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모두가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전체가 양극화로 치달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23개 언론사가 전부 탈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6개 언론사만 고발하여 다른 언론사에는 마치 면죄부를 준 것처럼 된 것은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이 상태로는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길들이기가 아니냐하는 의혹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바른 처리방안을 제시하여 세무조사의 성역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언론탄압의 의혹을 남기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

4.우리나라는 일찍이 지금처럼 公論의 場이 파괴된 적이 없었다. 지식인들은 은연중에 어느 한편에 서도록 강요당하고,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은 언론대란의 渦中에서 오로지 자신의 구미에 맞는 기사, 상대방을 매도하는 선동적인 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있어 공정보도의 자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더구나 특정신문에 기고를 하면 전화폭력이 쇄도하여 지식인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편이 부정되면 언론은 획일주의에 빠지고 사회적 공론의 형성이 불가능해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하루 빨리 지금의 정신적 恐慌상태에서 벗어나 우리사회가 계속 표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反지성의 풍토를 청산하고 언론 개혁을 위한 진지한 公論의 場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지식인들이 침묵을 깨고 사회적 발언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제는 한편으로 정부가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지 않은지를 감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언론 스스로의 쇄신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공정한 언론개혁감시운동이 새롭게 등장하여야 한다.

2001년 8월 2일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