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손 스웨덴총리 방북]김위원장 서울답방 시기 밝힐까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51분


평양을 방문 중인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3일 열리는 공식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 대한 현안을 어느 정도 심도있게 다룰 것인지 주목된다.

두 정상의 회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및 북―미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 내용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변화의 기류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페르손 총리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국방위원장과 △남북화해 과정 △북한 경제개혁 △미사일 문제 △북한 인권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페르손 총리는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가진 김 국방위원장과의 첫 면담에서 “김 국방위원장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맺기 시작한 화해 협력을 돕기를 희망한다”며 일단 남북화해 지원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정부도 북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정체된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오전 “페르손 총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3일 회담에서는)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김 국방위원장이 페르손 총리와의 회담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남북 및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낼 경우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페르손 총리는 김 국방위원장에게 유럽연합(EU)이 한반도 평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으나 남북한 긴장완화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만큼 양측이 구체적인 화해조치를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에 대한 김국방위원장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이 국내외의 관심사인 서울 답방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그것은 페르손 총리 방북의 최대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에 대한 EU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국방위원장이 페르손 총리에게 구체적인 시기를 밝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하지만 페르손 총리에게 답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2일 강행 방침을 밝힌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문제는 북한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MD체제 추진 명분을 강화시킬지, 극적으로 약화시킬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EU의 경제협력 방안과 EU 국가들의 대북 투자를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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