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대선 큰 그림'은 뭘까…여야 킹메이커 행보에 촉각

  • 입력 2001년 3월 16일 22시 48분


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의 16일 차기 대선 불출마 발언이 정치권에 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여권 일각에서 제기돼 왔던 ‘JP 후보론’을 JP 스스로가 차단하고,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킹 메이커론’을 들고 나오자 정치권은 더욱 긴장하고 있는 것.

JP가 “이 나라 장래를 이끌 사람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내 생각대로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차기 대선 과정에서 ‘심판관’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특히 JP의 이같은 발언이 DJP 회동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JP 간에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결정 과정에서 JP의 역할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당 최고위원들의 입지 확대 경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김대통령이 당장 JP에게 여권 차기 주자들간의 대선경쟁 조기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주문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해석도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한 JP의 이중적인 언급을 감안하면 그의 대선 불출마 발언이나 킹메이커론은 다분히 이총재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겸하고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의구심은 그 이상이다. 즉 DJP가 개헌론과 정계 개편으로 한나라당을 흔든 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신(新) 3김(金) 연합’을 추진, ‘이회창 포위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JP의 이날 발언은 그 신호탄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JP의 대선 불출마 발언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결정 구도는 한결 간명해졌다. 이와 함께 그를 향한 여권 차기 주자들의 물밑 ‘구애(求愛)’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JP가 쉽게 결정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97년 대선 때도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저울질을 계속했었다. 그리고 김대통령은 바로 이같은 JP의 영향력과 모호성을 지렛대로 해 여권 차기 주자들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레임덕도 방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