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보안법개정 연기배경]"김정일답방에 되레 악재될라"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34분


김중권대표가 3일 오후 당사에서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중권대표가 3일 오후 당사에서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이 여권의 방침 선회로 당분간 소강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보안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려 했던 여권이 4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이후에나 추진할 것”이라며 처리 연기를 선언한 것은 법 개정을 서둘러봐야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은 ‘우군(友軍)’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여권은 확대당정협의 등을 통해 자민련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지만 자민련은 한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연두기자회견에서 ‘시기상조’라고 못을 박았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들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도 여권의 추진의지를 약화시켰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위원장 답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공세가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한 논란이 이념공방을 유발할 경우 2차 남북정상회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분위기만 썰렁해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국가보안법 개폐권고 사례

기관시기한국정부에 대한 권고 내용
유엔인권위원회91년 한국의 국제인권규약가입에 따른 92년 첫 인권보고서국제인권규약을 실현하는데 있어 국가보안법이 걸림돌이 되며 점진적 폐지를 권고함
95년11월 ‘표현의 자유 신장에 관한 특별 보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제인권규약에 부합하는 다른 국가안보 수단을 마련할 것
98년 10, 11월국가보안법이 잘못 적용돼 국제인권규약을 침해했음. 보안법 7조, 10조의 문제점 지적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연례보고서국가보안법상의 애매한 조항 때문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음. 국제인권규준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개정되거나 폐지돼야 함
2000년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남북의 평화 공존을 위해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
미국 국무부97∼2000년 연례인권보고서국가보안법 적용상의 문제점 지적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국가보안법 남용이 감소한 점 평가하나, 법7조(찬양고무죄)는 적용상의 문제를 지적

그러나 여야의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독자적인 보안법 개정안을 마련,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어 보안법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9일 첫 모임을 가졌던 여야 개혁모임 소속 의원 35명은 10일경 2차 전체회의를 열어 국보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하고 이에 대한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적극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 아래 이달 중 정치권과 시민단체,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한나라당 소장개혁파 그룹인 ‘미래연대’ 소속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40여명도 원희룡(元喜龍)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소위를 구성, 독자적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주당 소장개혁파와는 연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문철·선대인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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