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 아미티지 발언 파문 진화 부심

  • 입력 2001년 1월 29일 17시 50분


정부는 2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이견을 표명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발언 파문(본보 29일자 A1·3면 참조)이 확산되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이례적으로 외교통상부 당국자 논평까지 내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논평에서 “최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이 미정부 당국자가 아닌 인사들과 비공식 접촉한 내용들을 부정확하거나 과장되게 언급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한미 우호협력관계와 공고한 대북 정책 공조 유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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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햇볕정책’이란 용어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끌려가는 측면이 있으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아미티지의 발언이 비록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이긴 하나 발언 속에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담겨 있다고 보고 한미간의 시각차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음달 7일(미국 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간의 첫 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에서는 또 3월경으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의 일정도 협의한다.

이 장관은 특히 2박3일간의 방미중 미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나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으로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음을 설명하고 한미간 대북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미티지 내정자의 발언과 관련해 “대북 정책의 기본 골격을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며 “부시 행정부가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 때와는 다른 대북 정책을 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죽했으면 아미티지 내정자까지 나서 상호주의 원칙 견지를 강조했겠는가”라며 “정부 당국은 즉각 그의 발언의 진상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 돌아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도 신당동 자택에서 자민련 당직자들에게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데 왜 우리만 너무 빨리 가려는지 모르겠다”며 “미 공화당에 빨리 라인을 구축해야겠다”고 말했다.

<부형권·하태원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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