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용어 사용말라"…美 국무부부장관 내정자 권고

  • 입력 2001년 1월 29일 06시 07분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한국정부에 건의하고, 3월경으로 예상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닌 실무방문(working visit)으로 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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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티지 내정자는 19일(미국시간) 오전 워싱턴 코트야드호텔에서 방미중이던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 등을 만나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히고 “이런 뜻을 김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이 자리에 동석했던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교수가 전했다.

‘햇볕정책’이란 용어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부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적정성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한반도문제를 총괄할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사용 중단을 권고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아미티지 내정자는 또 “김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개최했으면 좋겠다”는 한의원의 제의에 대해 “우리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전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실무방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한최고위원측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티지 내정자는 이어 “김대중정부가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정권의 운명을 걸고 있어서 (햇볕정책이)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크다”며 “그래서 북한의 김국방위원장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있고 이는 미국 일본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고 함교수는 전했다.

아미티지 내정자는 “부시행정부는 김정일국방위원장에 반대하지 않지만 한미일 3국이 대북관계에서 ‘보다 나은 지위’(a better position)에 서게 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상호주의(reciprocity)가 있어야 하고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positive sign)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긍정적 반응’들로 북한이 △휴전선 근처에 전진 배치된 북한군을 후방으로 이동시키거나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거나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에서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위원은 “한국 정부도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문제 등을 남북국방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며 “한미간에 이런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만큼 한미정상이 하루빨리 만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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