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의원 40% 겸직…변호사 38명 최다

  • 입력 2001년 1월 20일 17시 07분


국회의원 10명 중 4명 정도가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사무처가 최근 작성한 ‘16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에 따르면 273명의 국회의원 중 의원직과 별도로 사업체나 직업을 갖고 있는 의원이 10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관 상임위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업체나 직책을 갖고 있는 의원이 42명(상임위가 중복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50명)이나 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사무처 집계 발표▼

이 자료는 작년말 의원들 본인의 자진 신고를 토대로 만든 것이어서 미신고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실제 겸직 의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태〓상임위별 겸직 의원수는 법사위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보건복지위(11명) 과기위(11명) 통일외교위(10명) 농해위(1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별 겸직 의원수는 한나라당 52명, 민주당 47명, 자민련 8명, 무소속 및 기타 2명.

법사위는 모두 15명의 의원 중 변호사업을 겸하고 있는 의원이 11명이나 됐다. 보건복지위는 2명이 의료업에, 1명이 제약업에 종사하고 있다. 문광위에는 신영균(申榮均·한나라당)의원이 명보극장 운영회사인 한주흥산 회장과 SBS프로덕션 회장을 겸하고 있다.

직업별로는 변호사업을 겸하고 있는 의원이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단체 협회 재단의 대표나 이사 등을 겸하고 있는 의원이 25명, 기업체에 적을 두고 있는 의원이 21명, 교수 등 학교에 관여하고 있는 의원이 17명이었다.

▼정몽준의원 직책 11개▼

정몽준(鄭夢準·무소속)의원은 현대중공업고문과 울산대 이사장,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 외에 대한축구협회장, 월드컵조직위원장 국제축구연맹 부회장 등 11개의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체에 적을 두고 있는 의원 중엔 애경그룹 회장인 장영신(張英信), 미주제강회장 겸 미주금속대표인 박상희(朴相熙·이상 민주당), 동일고무벨트 이사인 김진재(金鎭載), 사조산업 대표인 주진우(朱鎭旴·이상 한나라당)의원 등 실질적 오너가 대부분.

하지만 ㈜드림디스커버리 자문위원인 곽치영(郭治榮), ㈜에이치케이넷츠 고문인 김근태(金槿泰·이상 민주당)의원처럼 전문성이나 관심사에 따라 벤처업체 등에 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부작용〓지난해 12월 법사위에서는 사법시험 선발 인원 문제와 관련된 사법시험법 제정안에 대해 율사 출신 의원들은 여야가 따로 없이 국회법상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는 공청회를 생략한 채 정부안대로 처리하려다가 비율사 출신인 조순형(趙舜衡·민주당)의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보건복지위의 약사법 개정 심의과정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시민단체 등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법사위에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있는 정인봉(鄭寅鳳·한나라당)의원의 검찰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져 결국 정의원이 서울지검 국감에 불참하기도 했다.

▽당사자와 전문가들 견해〓그러나 당사자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유관 상임위에 배치되는 것은 효율적인 입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의 한 율사 출신 의원도 “법의 법자도 모르는 의원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사위에서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다는 게 더 우스운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학자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직업상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을 관련 상임위에 배치해서는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한 입법 왜곡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대 윤영오(尹泳五)교수는 “우리나라는 특히 출신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서 의원이 된 뒤에도 출신 집단의 이익을 배반할 수 없다”며 “사법 개혁에 율사 출신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대했던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법규정과 외국 사례〓현행 국회법은 의원이 기업체 또는 단체의 임직원 등 다른 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상임위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을 경우 해당 상임위에 배정할 수 없도록(48조)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미국은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직업을 갖고 있던 의원은 일정 기간 관련 상임위에 신청도 하지 않고 신청해 봐야 배정도 되지 않는 게 관례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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