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의미]미국겨냥 '달라진 모습' 부각

입력 2001-01-16 17:45수정 2009-09-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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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철저한 상호주의 외교를 견지해 왔던 북한이 지난해 5월 방중에 대한 중국측 답방이 없는 상태에서 '재방(再訪)'을 단행한 것이나 또다시 비밀 방문을 연출한 것이 그렇다.

김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알려진 15일만 하더라도 정부 관계자들은 "그가 만약 다시 중국에 간다면 남북정상회담과 유럽국가와의 잇딴 수교 등 그간의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과시하며 공개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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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위원장은 이같은 파격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이미 밝혔다. "신문과 라디오에는 경호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을) 선전하지 못했다. 남쪽에서는 광고를 하면 잘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실리만 추구하면 된다."(6월13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고 했듯이 굳이 떠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방중 목적=방중 목적은 철저한 '대외용', 특히 '대미국용'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방중기간이 미국의 조지 W 부시 차기대통령의 취임식 날짜와 겹치는 것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정부 고위당국자는 "김국방위원장이 중국식 개혁 개방의 상징인 상하이(上海) 등을 방문하는 것은 국제사회를 향해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주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압박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부시행정부를 향해 △우리 뒤에는 중국이라는 강력한 우방이 있고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는 과거 냉전시대의 북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의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실리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보다 '와서 직접 보고 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인식하라'는 식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83년 허허벌판에 가깝던 상하이 푸둥(浦東)지구를 방문했던 김국방위원장이 20년이 안된 사이에 '동양의 뉴욕'으로 변모한 발전상을 직접 보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반응=정부는 김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공화당정부의 출범에 따라 이런 저련 우려가 많지만 오히려 긍정적 효과도 있음을 김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이 주춤하게 될 것을 우려해 남북관계 진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적극적인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 변화의 모습을 보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신사고(新思考)'를 주창하고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서두르르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변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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