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시정권 외교안보팀의 시각]대북정책 찬바람 분다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06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차기행정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제1기 외교안보팀의 면면이 드러나면서 공화당 정부의 대한반도 및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 출신인 콜린 파월을 국무장관으로, ‘현실외교’를 강조하는 콘돌리자 라이스를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부시당선자는 80년대 공화당의 대한반도정책에 깊이 관여한 리처드 아미티지를 국방부 부장관에, 폴 월포위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을 중앙정보국(CIA)국장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들은 한결같이 “강력한 힘에 기반을 두고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미국외교의 기본 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엄격한 ‘군사적 억지’와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확고한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외교교섭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억지와 봉쇄에 의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 차기행정부의 대한반도 및 대북정책(예상)

내 용

예 상 정 책

공화당 외교정책의

3대 특징

①‘힘’을 바탕으로 한 국익우선 외교

②동맹국관계 강화 및 상응한 책임 요구

③‘악한’ 세력에 대한 응징

군사력

강력한 군사력 필요, 첨단무기에 집중투자

주한미군

한반도 긴장완화시 지위 역할 규모 변화 가능성

대한안보공약

공약이행, 한국역할 중시

김정일관(觀)

독재자 및 국제테러리스트

대북정책

군사적 억지 및 철저한 상호주의,

포용정책에 회의적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전면적 구축 필요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보는 눈도 곱지 못해 “김정일은 인민을 굶어죽게 했고 국제테러리스트로 지목받던 사람으로 하루아침에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며 “진정한 북한 내부의 변화는 김정일 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새로운 대외정책을 입안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인해 당분간 한반도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북정책 비교〓대북정책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은 94년 ‘제네바 핵합의’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부터 출발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이 동결되었고 전쟁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다며 이를 대표적인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생존만 연장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공화당의 ‘아미티지 보고서’(99년 3월)와 민주당의 대북정책 골간인 ‘페리보고서’(99년 9월)는 대조적인 양측의 인식과 향후 대응방안을 잘 보여주고 있다.

11월 미 대선 직전 양당이 채택한 정강도 사뭇 다르다. 공화당이 7월말 채택한 정강은 ‘북한은 국제사회 밖에 남아 있으며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반도에는 전쟁발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대북정책의 선택범위가 제한적이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외교안보 브레인의 대북관〓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포린 어페어즈’ 올 1, 2월호에 기고한 ‘국가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미―북 제네바 핵합의는 북한에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뇌물을 준 것이지만 쉽게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이스 지명자는 “북한은 (핵 대신) 미사일 발사위협을 계속해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며 이 경우 미국은 단호하고 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그들의 비위를 지나치게 맞추고 있는 것인데 김정일은 그가 원하는 것을 결코 거저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 부시의 외교정책자문이었던 로버트 죌릭 전국무차관은 같은 책에 ‘공화당의 외교정책’이란 논문을 싣고 “새 공화당정부의 외교정책은 힘에 기반을 둔 국익추구, 동맹국과의 관계증진, ‘악한세력’에 대한 응징이라는 원칙 하에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 일본 호주와의 긴밀한 안보협력이 대북억지 테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국방장관이었던 딕 체니 부통령당선자의 핵심측근인 월포위츠 원장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와 대북정책의 확고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제네바 합의의 기본 축인 대북 경수로 지원을 화력발전소 건설 등 재래식 전력지원으로 교체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국내 전문가의 전망 ▼

조지 W 부시 미국 차기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안정화 전략’이란 전통적 기조를 이어나가겠지만 한반도 정책에서는 클린턴 정부와 비교할 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동만(徐東晩)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결정짓는 데는 북한의 협상자세가 중요한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교수는 새 외교안보팀의 대북강경론에 대해 “과거에 글로 쓴 것만으로 미국의 향후 정책을 판단할 수 없다”며 “학술논문에 발표한대로 정책을 실시한다면 180도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실정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李正民)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부시진영 인사들의 대외정책관은 유일 최강국인 미국의 입지와 위상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것”이라며 “차기행정부는 클린턴행정부의 ‘적극적 개입정책’보다는 ‘선택적 개입’을 중심으로 한 세계전략을 집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는 미국의 경우 정권이 교체된다고 외교정책이 급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의 보수주의적 요구에 의해 시작된 페리보고서를 골간으로 해 움직여 왔다”고 강조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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