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 D-1]차분한 준비… 내용은 알차게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6분


30일 서울과 평양에서는 제2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8월 1차 상봉에 이어 다시 감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당사자들이나 그 주변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다.

북에서 올 동생을 맞을 서울의 한 상봉 대상자는 “상봉이 계속될수록 기쁨과 흥분보다는 ‘왜 떨어져 살아야 하나’와 같은 의문이 가슴을 찌르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만나면 울겠지만 언제까지 울기만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1차 상봉 때 이산가족들에게 시계와 양말 등 무료선물 공세를 펼쳤던 업계도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각종 이벤트를 펼쳤던 백화점들도 행사를 줄였다.

1차 상봉 때를 생각하고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하려던 가족들도 생활에 꼭 필요한 선물을 준비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경우가 많았다.

북의 오빠를 만날 이영자(李榮子·71·광주 광산구 송정2동)씨는 “나는 운이 좋지만 아직도 북의 가족을 못만나는 사람이 더 많지 않느냐”면서 “오빠가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 만난 뒤 직접 물어보고 사서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의 숙부를 만나는 나봉균(羅鳳均·49·서울 종로구 부암동)씨는 “북에서 비싼 선물을 기피하는 듯해 겨울내의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영식·민동용기자>spear@donga.com

1차,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일정 및 절차비교
1차항 목2차
8월15∼18일(3박4일)방문기간11월30일∼12월2일(2박3일)
총 5회 (단체1,개별2,오찬동석2)상봉 횟수총 5회
(단체1,개별2,오찬동석1, 송별상봉1)
정부의 1인당 500달러의 보조금, 각 기업 협찬선물전달현금 및 선물전달한도보조금 협찬선물폐지, 현금소지 500달러 이하, 부모에게는 옷감한벌. 중고품 전달은 금지

▼ 방북 가족들 뭘 준비할까 ▼

제2차 이산가족상봉(30일∼12월2일) 대상자들은 가족들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또 8·15 제1차 상봉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렇게 준비하라〓대부분의 ‘상봉 경험자’들은 추운 겨울인 만큼 따뜻한 옷가지와 의약품을 가장 좋은 선물로 꼽았다.

8월 평양에서 오빠와 동생을 만났던 정명희(丁明姬·72·여)씨는 “내의 양말에서 시작해 옷가지와 신발을 준비했더니 좋아하더라”며 “엄동 설한에 방북하는 만큼 두꺼운 옷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에서 아내와 동생을 만난 최태현(崔泰賢·71)씨도 내의 외에 감기약 비타민 영양제 등 필수 의약품을 추천했다.

옷가지와 약품 외에 좀 ‘튀는’ 선물을 권하는 사람도 있다. “북에서 내려온 형에게 보청기를 선물했다”는 이조원(李祚源·67)씨는 “형이 북에서 보청기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라며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카메라나 시계, 화장품 등을 권한 사람도 있었고 즉각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금반지 등 귀금속을 추천한 사람도 많았다.

가족 사진이나 고인의 유품같은 것을 가져가는 것도 뜻깊은 선물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북에서 내려오는 가족의 경우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해 부피는 작으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선물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1차 때와 달라진 점〓북측 제안에 따라 상봉가족간에 주고받을 현금과 기념품에 제한을 두었다. 부모는 옷감 한 벌, 형제자매는 간단한 기념품만 주고받되 중고품 전달은 안된다. 현금은 500달러 이상 주는 것을 자제토록 했다.

1차 상봉 때 1인당 500달러씩 제공했던 ‘정부 지원금’이 없으며, 기업의 선물 협찬도 가급적 받지 않는다.

상봉 일정은 2박3일로 1차 때에 비해 하루 줄었지만 상봉 횟수나 시간은 줄지 않았다. 1차 때 2차례였던 참관 시간을 1차례로 줄이는 대신 12월1일 오전10시 개별 상봉부터 공동 오찬, 오후 개별 상봉까지 약 6시간반동안 가족을 ‘논스톱’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이산가족상봉 준비
 방북자재남가족
휴대품상비약,화장품,카메라,캠코더,전기제품
(220볼트용,전력공급 불안정하므로
건전지도 준비)
카메라,캠코더,휴대전화
권장선물방한복(내의 등),보청기,의약품,영양제,가족사진,가족이 직접 만든 선물,고향 특산품, 고인의 유품
북한반입
불가품
영어글씨 의복, 태극기나 성조기 표기물품,북한체제 비판 책자 및 비디오테이프, 용도미상 의약품,흙,동식물
선물부모 옷감한벌,형제자매 간단한 기념품,현금 500달러이하, 중고품은 금지
복장양복,한복 등 정장 권장

▼ 손님 맞이 분주 행사장-숙소 ▼

제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이틀 전인 28일 상봉장소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호텔과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는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센트럴시티〓30일 오후 4시 첫 집단상봉이 이뤄질 센트럴시티는 열흘 전부터 100명으로 된 ‘남북상봉 준비팀’을 구성해 연회, 시설, 주차 등 분야별로 준비상황을 매일 점검.

상봉장인 6층 밀레니엄홀에는 하얀 식탁보에 덮인 원탁테이블 30여개가 마련됐으며 상봉순간 돔 형식의 천장이 열리도록 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계획.

센트럴시티측은 또 한복차림의 도우미 30여명에게 예행연습을 시켰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0여명의 의료진과 4대의 구급차도 준비.

유재상(劉載祥)행사사무국장은 “1차 때는 행사 진행이 딱딱했던 감이 없지 않았다”며 “이산가족이 편안하게 ‘만남’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호텔〓북측 상봉단이 묵을 롯데월드호텔은 14일부터 행사 사무국에 30명을 따로 배치해 ‘성공적 상봉’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객실 냉장고에는 평소 넣어두던 양주 대신 문배주, 소주 등을 준비.

호텔측은 또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는 직원 300여명에게 ‘무리한 악수를 요구하지 말 것’‘북한이 아니라 공화국이나 북측으로 호칭할 것’ 등 주의사항이 적힌 소책자 ‘귀한 손님맞이 예절’도 배포.

롯데월드호텔과 센트럴시티측은 한전의 파업에 대비해 자체 발전기도 확보해 두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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