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전문가 남북관계 포럼]"햇볕정책 보완 필요"

  • 입력 2000년 9월 22일 18시 45분


‘총론은 지지, 각론에선 일부 의문.’

한국 미국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문제 전문가 40여명이 모여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햇볕정책’으로 표현되는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대북 화해, 포용정책은 바른 정책적 선택이지만 전술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21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비공개 국제학술회의를 갖고 남북관계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시간을 가졌다. 주최는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아시아재단.

한승주(韓昇洲) 현인택(玄仁澤·이상 고려대) 안병준(安秉俊) 문정인(文正仁·이상 연세대) 노경수(盧慶秀·서울대) 빅터 차(조지타운대)교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 로버트 매닝 미 외교위원회 선임연구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마이클 던 미 공군소장 등이 주제발표를 하거나 토론에 참가했다.

페리 전장관은 22일 오찬 연설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해 경협을 앞세운 한국정부의 대북화해 포용정책을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정책추진 과정에서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4차례의 토론과정에서 참석자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달라진 것이 없어 근본적인 변화의 실체를 인정하기 어렵고, 한국정부가 주도권을 쥐면서 너무 앞서나가 미국과 정책조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군사이동은 여전히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북한의 협상카드는 ‘불확실성을 통한 위협 가능성’ 뿐인데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군축문제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측의 한 참석자는 “북한의 개방 제스처는 전술적 대응일 뿐 대남 전략의 변화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교수는 “전략과 전술이 별개일 수 없다”며 “전술변화가 하나씩 쌓여가면 그것이 대남 전략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론을 폈다.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간 정책조율 과정에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측의 한 참석자는 “정치 경제적으로 아무런 성과가 없는 데 정치적 선언 부분만 유독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측 참석자들은 “미국 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대화채널을 갖는 고위인사가 한반도문제 특사로 지명돼 한반도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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