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비서 '파격행보']관례깨고 林특보와 회담 공개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43분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의 서울 체류기간 중에는 예정에 없던 ‘깜짝 회담’이 열리는 등 ‘파격’이 잇따랐다.

○…특사의 목적은 최고지도자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통 비공개,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게 관례. 그러나 김비서는 국정원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14일 오전 남산타워 참관일정을 취소하고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파격은 이어졌다.

북측에서 김비서와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4명이 참석한데 반해 남측에서는 임동원원장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 김보현(金保鉉)국정원3차장 등 5명이 참석한 것. 대표단 숫자를 달리한 회담은 전례가 드문일.

전문가들은 ‘급조된 회담’에 대해 “특사가 대통령을 만나 남북 합의사항을 발표할 경우 격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에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모임을 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장관이 뒤늦게 포함된 것은 국정원이 대북정보를 독점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

○…국정원측이 특사를 회담장으로 끌어들여 남북회담 ‘인플레’를 만든 것도 문제라는 지적. 장관급회담도 아닌데 공동보도문을 만든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우며 이런 식이 되면 이미 정례화 과정에 들어선 남북장관급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

장관급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국방장관급회담의 시간과 장소를 정하기 위해 국정원 원장부터 공보관실 말단직원까지 모조리 동원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들.

정보부서의 본래 임무는 공식회담이 난항을 겪을 때 뒤에서 도와주는데 그쳐야 하지 않느냐는 것.

○…북측 일행 중 군부실세인 박재경(朴在慶)총정치국 부총국장이 송이를 전달하고 6시간만에 그냥 돌아간 것도 파격적.

정부 당국자는 “박재경부총국장이 11일 오찬석상에서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과 1시간30분간 자리를 같이하고 별도로 방에서 10분간 면담한 뒤 돌아갔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10분간의 만남에서 깊은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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