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족들과 달리 애닯고 아픈 마음으로 추석을 맞아야 하는 세 이산가족을 찾아가 봤다.》
▼평생처음 北부친 상봉 최중선씨▼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얼굴도 모르던 아버지를 50년 만에 만난 최중선씨(50·경북 울진군 울진읍). 그의 올 추석은 차례에 쓰일 지방문과 차례순서부터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북에서 내려온 아버지 최필순씨(77)를 난생 처음으로 만났다. 아버지를 찾은 후 처음 맞는 명절.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 함께 30년전부터 아버지 제사를 올렸던 그는 그동안 제사 때마다 영정으로 쓰던 아버지의 옛 사진은 이제 상봉 때 찍은 사진들과 같이 안방 벽에 걸어뒀다.
최씨는 올 추석에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를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을 생각이었으나 4월에 당한 교통사고로 병원을 떠나지 못해 아쉽게도 계획은 다음 해로 미루기로 했다.
"요즘만 같으면 아버지를 고향으로 곧 모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추석 때 내가 만든 송편을 아버지 입에 넣어드릴 날이 꼭 오겠지요"
▼남북 남동생 그리는 장인자씨▼
"장손 없는 명절을 20년 넘게 보냈습니다. 언제쯤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추석을 보낼 수 있을지요. "
74년 수원33호 어선이 서해 공해상에서 납북되면서 소식이 끊긴 선원 장영한씨(54)의 누나 인자씨(56).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생이 이미 죽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올해 3월 뜻밖에도 북측이 동생의 생존 사실을 발표하고 또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고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동생은 수원33호 정식 선원도 아니었어요. 그날 따라 선원 한 명이 모자란다고 해 당시 가난하게 살던 동생이 돈 벌어 오겠다며 대신 배를 탔던 건데…." 게다가 남편의 납북으로 충격받은 아내가 두 딸과 함께 타지로 떠나는 바람에 이들과도 연락이 끊겨버렸다.
하지만 인자씨는 올 추석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10여년전 헤어졌던 동생의 딸이 지난달 전화를 해 "올 추석 때 찾아뵙겠다"고 전한 것. 인자씨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족 모두가 모여 명절을 맞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장기수아버지 北보낸 한선화씨▼
"아버지의 빈 자리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비전향 장기수인 아버지를 북으로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올 추석은 차라리 없는게 나으련만.
지난 2일 아버지 한백렬씨(81)를 북으로 떠나 보낸 선화씨(40·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8일 외국여행을 떠났다. 그는 연휴를 외국에서 보낸 뒤 귀국할 계획이다.
"추석이면 성묘도 하고 송편도 빚고 차례도 지내야 하는데 그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날 것같아 두려웠다"며 그는 김포공항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7일 여행 짐을 싸면서도 한씨의 머리 속엔 작년 추석 때 차례상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딸아이들과 놀아주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생각을 수습하려고 아버지의 방을 떠난지 3일만에 바로 정리했다는 그는 "그러나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의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완배 최호원기자>ru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