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가입신청 의미]경제재건 위해 해외돈줄 절실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북한이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것은 앞으로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국제 금융계의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ADB 가입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엔 공문을 보내는 형식을 빌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남북경협에 들어갈 천문학적 자금이 부담스러운 우리 정부는 이미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굳혔고 발언권이 강한 미국 일본도 최근 북한 가입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로 돌아서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회원국이 되면 ADB로부터 자금 및 기술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우선 역내 저소득국가의 경제개발을 위해 지원되는 아시아개발기금을 연 1∼1.5%, 만기 24∼32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빌려 쓸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가입 직후 당장 1∼2억달러 정도는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DB 가입의 의미는 이같은 자금지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위기구 성격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가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는 효과가 크다. 만약 IMF가 북한 가입을 허용할 경우 이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민간 투자자들에게 북한투자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IMF는 9월말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정례총회에 북한을 특별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ADB에 가입하려면 유엔(산하기관 포함)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회원국으로서 전체 ADB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신청에서 정식 가입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3년이지만 예외적으로 1년 이내로 앞당길 수 있다.

물론 북한 가입의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ADB에 가입하면 북한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정책과 관련된 ADB와의 협의를 정례화해야 하고 경제 사회등 각 분야의 통계를 작성할 때 국제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지금까지 폐쇄경제를 고집해온 북한 입장에서 경제운용 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북미, 북일관계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총출자액 중 나란히 1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국내 여론도 변수로 꼽힌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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