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북송]"이젠 납북자-포로 매듭 풀 차례"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33분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은 ‘6·15공동선언’에 담은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분단 반세기 동안 지속된 남북간 이념 및 체제 대립구도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분단 이후 남한사회 경험을 가진 인사의 ‘대규모’ 북한 이주라는 측면에서 북측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가 1일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고, 남북의 적대적 대결구도를 청산해 민족화합을 이루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으로 떠나는 비전향장기수 63명은 해방전후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투옥된 인물이거나 월북한 뒤 남파된 공작원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송을 허용한 것은 사회의식의 성숙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이념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북측은 이번 비전향장기수의 귀환을 이인모씨의 경우처럼 체제와 사상의 승리를 입증하는 것으로 대내외에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측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9년 석방 이후 10년 가량 자유민주주의의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막상 북한에 가 그곳의 현실과 부닥치게 되면 현실과 이념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지 않을 리 없고 이런 갈등은 서서히 북의 사회에 녹아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송환으로 이산가족 추가 교환방문 및 면회소 설치 등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도 ‘넓은 뜻의 이산가족’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의 상응하는 조치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상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많다. 6·15 공동선언에서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가 명시된 반면 국군포로나 납북자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인도적 문제’에 뭉뚱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2차 장관급회담에서도 남측의 희망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군포로의 송환을 뒤로 미뤄놓은 채 북측이 원하는 비전향장기수만 송환하는 현실에서 남북이 ‘공정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우영(崔祐英·여)씨는 “92년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동진호 선원송환문제를 다루는 등 북한도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했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변화를 촉구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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